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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Feb 01. 2017

1. 그 놈의 붕어빵(1)

Ssm 매일 한 장 - 며칠 후, 동경

* 어플 '씀'의 제시어로 소설을 이어 써보려합니다.

* 1월 31일 제시어는 '며칠 후'와 '동경'


*

  이 피더슨 재우는 며칠 후에 찾으러 오겠노라고 말하고 떠났다. 내가 무엇을? 하고 물어볼 틈도 없이 제 용건만 말하고 사라졌다. 그가 무엇을 가져오긴 했다. 슈크림 붕어빵 네 마리.

  상에는 하얀 봉투 안에 노곳노곳 늘어진 붕어빵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나는 판에 찍혀 나온 천편일률적인 눈깔과 마주칠까 고개를 훽 돌린다. 붕어빵이라니. 그것도 막 나온 것을 며칠 후에 찾으러 오겠다니. 어쩌면 웃자고 던진 농인데 괜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고 갔는지 원.

   그가 원망스럽다. 그냥 와구와구 먹어버리고 배를 내밀며 찾아가라고 할까. 그가 언제 오는지 알아보고 때 맞춰서 붕어빵을 사다가 놓을까. 아니 며칠 후엔 오긴 올까. 다시 올까. 며칠이면 정확히 얼마나 있다가 오는 것일까. 이틀? 사흘? 닷새? 보름? 어떤 날이 되었든 그는 다시 올까. 다시. 다시 오면 이번엔 꼭 말할 것이다.


 팥으로 사와.



**

  슈크림 붕어빵을 세쟌 부의 집에 놓고나온 것은 순전히 나의 동경 때문이었다. 존경하는 작가 하코 이요마는 언젠가 테레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어두운 하늘을 밝히는 것은 눈 앞의 가로등이 아니다. 당신의 기억 속 빛들이 저렇게나 많이 있지 아니한가."

  이 시대착오적인 노인네는 도심의 하늘은 본 적이 없었을 게다. 그러나 나는 그 촌시러운 말이 퍽 맘에들었다.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나도, 하나의 빛이고 싶었다. 가로등마냥 때 되면 켜고 끌 수 있는 빛이 아니라. 밤이 되면 기억하는 그런 별이고 싶었다.

 

  며칠 후 찾으러 오겠다는 말을 기억할까. 설마 붕어빵을 보관하고 있지는 않겠지.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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