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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Feb 01. 2017

2. 그 놈의 붕어빵(2)

Ssm 매일 한 장 - 주사위, 시샘

* 어플 '씀'의 제시어로 소설을 이어 써보려합니다.

* 2월 1일 제시어는 '주사위'와 '시샘'


*

하루가 지났다. 나는 슈크림 붕어빵을 먹지 않고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동태도 오징어도 날치알도 얼려놨다 녹여서 쓰는데 뭐라도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처박아두었다. 혹시 아나 붕어사만코라도 되어있을지.

  그래서 냉장고는 합리적이다. 당장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는 것들을 일단은 내 시야에서 치울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내가 보류한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냉장고를 열 때마다 한숨을 쉬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이 피더슨 재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슈크림 붕어빵 때문은 아니었다.


  "응."

  "응."

  "왜?"


  왜. 왜라니. 그의 무책임한 한 마디가 맵게 느껴졌다. 뚝뚝하게 입을 동그랗게 말아 오-애 하고 쩍 벌어질 그의 입을 상상하니 짜증이 더 치밀었다. 나는 답하지 않고 그냥 있었다.


  "무슨 일인데?"

  "너가 더 잘 알 것 같은데?"

  "뭔데?"

  "아냐."

  "말을 해야 알지."

  "됐어."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주사위를 던져놓은 건 저면서 설명은 내가 하길 바라는 것은 무슨 심보일까. 휴대폰을 침대에 던져놓고 냉장고 문이나 다시 열어본다. 꾸둑꾸둑 하게 말라비틀어진 붕어 대가리가 내 눈을 외면한다. 한숨을 쉬고 쾅하고 문짝을 닫는다.

 


 **

세쟌 부는 화가 난 모양이다. 뭐를 잘못했는지 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늘 그런 식이다. 니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라고 그녀가 되물을 때마다 미칠 지경이다. 그래. 차라리 나 죽었소 하고 샤근사근하게 숙이고 들어갔어야 했다. 내가 미쳤지.

  사실 뭐라고 말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에 화가 난 것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왜 갑자기 전화를 해서. 왜. 왜. 혹시 어제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때문일까. 그래 봐야 고깃집에서 고등학교 동창들 만나서 술 한 잔 한 게 문젯거리가 되나. 아니면 혹시.

 순간 바로 뒤에서 누군가 나를 보는 듯한 불쾌감이 느껴졌다.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각자 핸드폰에 고개를 처박고 걷고 있는 남자 둘 말고는 이렇다 할 사람이 없었다. 나는 핸드폰 사진첩을 켰다. 그리고 내 손으로 업로드했던 그 사진을 보았다.

  내가 미쳤지. 설마 세쟌 부가 시샘을 하겠어. 나는 한숨을 쉬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바로 전화를 해봐야 받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저녁쯤에 세쟌 부가 좋아하는 팥 붕어빵이나 사가지고 집 앞에서 전화를 해야겠다. 오해가 쌓이기 전에 이해시키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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