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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Feb 03. 2017

3. 그놈의 붕어빵(3)

Ssm 소설 매일 한 장 ㅡ 충분히, 드러내다

* 어플 '씀'의 제시어로 소설을 이어 써보려합니다.

* 2월 1일 제시어는 '충분히'와 '드러내다'


*

  그의 전화다. 상 위에서 부르르부르르 움직이는 휴대폰을 멀거니 보다가 집어 든다.


"응"

"어디야?"

"어디긴."

"갈게."

"어딜."

"어디긴. 너가 더 잘 알 텐데."


  이 피더슨 재우는 여전히 제할말만 한다. 약간의 침묵. 약간의 대치. 대체 이럴 것이면 왜 전화를 건 것일까.


"끊는다."

"잠깐만."


  수화기를 귀에 대고 괜히 창문을 본다. 마땅히 전화를 계속 이어갈 이유도 없는데 기다린다. 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창은 전화기를 든 나를 비춘다. 그는 답하지 않는다. 어딘가에 부딪치는지 치이이 하는 파열음과 이따금 들리는 헉헉 소리뿐이다.


"끊어."

"다 왔다."


  초인종이 울린다. 설마 촌스럽게 문 앞에 서 있거나 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지만 그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다. 문에 붙은 작은 구멍에 오른쪽 눈을 가져갔다. 그다. 애석하게도 웃으며 전화기를 귀에 댄 그가 있다.


"안 열어줄 거야."

"열어봐. 너 좋아하는 붕어빵도 사 왔어."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

  문 앞이다. 그녀는 문을 열지 않는다.


"열어줘."


  말을 내뱉는 동시에 나는 후회를 했다.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 괜히 오해만 커질 텐데. 예상대로 휴대폰은 묵묵부답이다.


"세쟌 부."

"응."

"얘기 좀 하자."

"전화로 해."

"아니. 얼굴을 보고 얘기하고 싶어."


  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대치상황을 끝내고 싶었다. 직접 보고 대화하면서 그녀가 왜 나에게 화가 났는지. 내가 무엇을 고쳐야 그 화가 풀릴지. 하나씩 얘기를 하면서 풀어보자는데 왜 일을 점점 키우는 걸까.


"세쟌 부. 뭔진 모르겠지만 내가 다 잘못했어. 문 열어봐. 붕어빵 식겠어."


  전화는 통화라기보다는 전달에 가까웠다.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실을 꿴 구멍 난 종이컵에 입을 대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일이 어찌 되었든 마주 보고 얘기해야 해결하지 않겠니."


  지지부진한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 나도 짜증이 났다. 그렇지만 말에서 내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최대한 억눌러서 얘기를 했다. 나의 전략이 통한 것인지 아니면 그녀 역시 이 상황에 지친 것인지 전화기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결?"

"그래. 해결."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이내 입술이 말랐는지 미미한 쩌억 소리가 들리고 세쟌 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보고 싶지 않으니까 돌아가. 그 망할 붕어빵은 먹든 버리든 알아서 해 하시고."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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