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양면의 조개껍데기_김초엽

#2020s한국문학

by 이요마
k482030732_2.jpg 양면의 조개껍데기_김초엽(2025)


0. 제약과 확장

나는 소설가는 큰 틀에서 두 가지 부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제약이 있는 환경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이들, 다른 하나는 자유롭게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이들. 김초엽 작가의 소설은 둘 중에는 후자라고 생각했다. 단편집《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나 장편소설《지구 끝의 온실》,

《파견자들》, 엽편소설집인 《행성어 사전》에서도 그가 직조한 세상은 언제나 아름다웠고, 새로웠고, 나를 경험한 적 없는 세계로 이끌고 갔다. 그 기반은 아무래도 SF에 충실하게 설정을 단계별로 빌드업해 가면서도 이야기 본연의 재미를 끌고가는 문장의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이번에도 그런 (어쩌면 예상 가능한) 기대를 품고 이 책을 잡았고,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김초엽이구나 생각하면서 읽었다.


1. 목적이 있는 이야기

첫 두 작품 〈수브다니의 여름 휴가〉와 〈양면의 조개껍데기〉를 읽으면서는 아 이게 김초엽의 맛이지. 하면서 즐겁게 읽다가 그 다음 작품부터는 이상한 기시감과 묘한 이질감을 동시에 느꼈다. 기시감은 당연하게도 김초엽 작가가 보여주던, 그리고 내가 좋아하던 그런 이야기들 가령 모두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세계가 있고, 그 세계에서 이질적인 존재(소수자나 외계인)가 이상 행동을 하는(사라지거나, 돌발행동을 하거나,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거나) 케이스가 발생하고, 그 존재에 대해서 따뜻한 시선으로 서사를 부여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들어주는, 그 과정이 드러나면서도 묘하게 어느 순간 하나의 단어나 개념으로 수렴해버리는 이질감을 느끼는 이상한 독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한참 몰입해서 보던 드라마에서 PPL이 등장하며 산통을 꺠거나 설정을 다 녹이지 못한 작가가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설명을 길게 늘어놓는 느낌을 살짝 느꼈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었더랬다. 작가의 말을 보니 이 책의 몇몇 작품들은 지자체나 미술관 등 단체들과 협업으로 만들어진 소설이었고, 당연하게도 목적이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일까 전작에서 품었던 어떤 기대와는 어긋나는 작품을 만날 수밖에 없게 된 것이었다.


쓸모를 증명하라고 말하는 세계에 저항하려고.



2. 세상에 따스하게 내미는 손

그럼에도 김초엽의 소설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그가 그리는 세상이 여전히 아름답기 때문이다. 〈달고 미지근한 슬픔〉에선 모든 것이 거짓에 불과한 세상에서도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들을 추적하며 생의 허무를 넘어서는 인간다움을 찾기도하고, 〈비구름을 따라서〉에선 반투막 너머의 세상을 그리며 쓸모 없는 사물에 대해서도 따스한 손을 내민다. 소외되거나 이상하다고 치부되는 존재들에게 서사를 부여하고 함께 나아가는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마음이 따스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이 뭉글뭉글함(?)이 동력이 된다. 아직 세상에 기대를 품게하고, 나의 세계도 긍정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번 책에서도 그 킥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음 책에서는 제약 없는 확장된 이야기가 더 많이 수록되기를 바라면서, 리뷰를 마친다.



왜 모든 것이 거짓에 불과한 세상에서,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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