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요마 Feb 09. 2017

6. 로만티코

Ssm 매일 한 장 ㅡ 우정

* 어플 '씀'의 제시어로 소설을 이어 써보려합니다.

* 가급적 매일 써보겠습니다.

* 2월 1일 오전 제시어는 '우정'

*

로만티코는 고민이 많다. 남들은 그의 고민을 하잘것없는 일로 치부할지도 모르겠지만 그에겐 매우 심각한 일이다. 그는 계절에 따라 다른 고민을 한다. 요즘 심각하게 몰두하고 있는 고민은 붕어빵은 어디부터 먹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그는 원래 붕어빵이야말로 머리부터 먹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하루는 이 피더슨 재우와 길을 걷다가 붕어빵을 먹는 일이 있었다. 로만티코는 평소처럼 머리를 한 입 베어 물려는데 그의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 피더슨 재우가 마치 종이를 찢듯이 붕어빵의 허리를 뚝 끊어 두 동강을 내는 것이 아닌가.


"너 미쳤어?"


로만티코는 자신도 모르게 상스러운 말을 내뱉었고 그 즉시 참을 수 없는 자기 혐오감에 휩싸였다.


"이렇게 하면 팥이 빨리 식어서 혀도 안 데고 좋아."

"아니. 그래도 붕어빵은 머리부터 먹어야지. 상식적으로다가."

"꼬리부터 먹든 얼려먹든 먹는 놈 마음이지."

"아냐. 그래도 그 뭐야. 용두사미라고 생선은 머리가 제일 맛있는 거잖아."

"어두육미겠지. 맛있는 건 제일 나중에 먹어야지."

"그건 틀렸어! 미개한 자식들이나 그렇게 먹는 거야."

 

로만티코는 다시 한번 상스러운 말을 했다는 사실에 미칠듯한 자기 혐오감이 생겨났다. 붕어빵이 뭐라고 미개하니 미쳤니 하는 소리를 지껄인단 말인가. 그러나 사과는 하지 않았다.


"닥쳐. 내가 어떻게 먹든 내 인생이야. 붕어빵 먹는데 법이 어딨니!"

"아니. 난 그렇게 배웠는걸."


그는 정말로 붕어빵을 먹는 법을 배웠다. 그는 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렸다. '붕어빵은 입을 맞춰야 해. 일단 입을. 세상 만물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한단다. 로만. 사랑하는 만큼 소중히 다뤄야 하지. 엄마는 로만 너 보다도 아니, 너만큼이나 이 붕어빵을 사랑한단다. 서운해하지 말거라.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나 많단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 더 사랑하고 모르는 것이라고 덜 사랑하는 건 미개한 사랑이란다. 마찬가지야. 이 붕어빵도 비록 오늘 처음 만났고 나의 침에 녹아 서서히 사라질 존재일지어도 결국 다시 만나게 되어있단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태어나는 순간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존재니까.'


"붕어빵은 말이야. 이렇게. 입부터 천천히."


로만티코는 붕어빵의 작은 입을 베어 물었다. 그러자 붕어빵은 마치 살아있는 듯 그가 뚫은 작은 입에서 하얀 입김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고 한참을 보는 거야. 넌 어디서부터 왔는지. 숨구멍도 없이 어떻게 그 뜨거운 쇠틀을 버텼는지 이야기를 나눠보는 거지."

"지랄."

"잘 봐 눈물을 흘리잖아."


입에서 나오던 수증기가 맺혔는지 붕어빵의 눈밑이 눅눅해졌다. 로만티코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전파했다.


"세상에는 두 가지 기쁨이 있어. 하나는 나 아닌 다른 것을 사랑할 때. 다른 하나는 거울 속의 나를 볼 때."

"거울 속의 너는 왜?"

"잘생겼으니까."

"지랄도 병이야. 붕어빵을 그렇게 먹다간 다 눅눅해져서 축 늘어질걸."


이 피더슨 재우는 생선을 발라먹듯 중앙부터 야금야금 먹으며 말했다.


"아냐. 생명의 힘은 위대하단다. 그 담엔."

"그만 말해도 돼. 어찌 먹든 먹으면 그만이지."

"그렇게 니 꼴리는 대로 살려면 맘대로 해!"

"그래."

"그래? 그래라고?"

"그래. 그래. 하이그래."

"너 또라이니?"


로만티코는 또 한 번 상스러운 말을 한 자신에게 실망했다. 더욱이 자신이 친구로서 사랑하는 이 피더슨 재우에게 그런 험한 말을 했다는 사실이 그를 스스로 혐오하게 만들었다. 세상의 사랑을 논하면서 그는 눈 앞의 친구를 욕했다. 그러나 사과하지 않았다. 사랑은 돌아오는 것이라고 그는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피더슨 재우는 사랑을 돌려주지도 받지도 않았다. 다만 그러려니 했다. 그래서 그들의 우정은 계속되었다. 겉으로 어떤 말을 해도 너는 그렇구나 하고 받아줄 수 있는 경지에 오르자. 사랑이란 말보다 더 큰 이해가 두 사람 사이를 연결했다. 이 피더슨 재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ㅡ 로만티코 end

작가의 이전글 때 늦은 새해 결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