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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이 Mar 05. 2024

유리처럼 투명하게

유민아르누보뮤지엄

 

 제주 동남쪽을 떠올리면 가보고 싶은 미술관이 있었다. 섭지코지에 위치한 유민미술관.

 동쪽 끝에 있는 유민미술관을 다녀오며 함덕 김택화미술관과 전이수갤러리, 성산 김영갑갤러리 등 작지만 울림이 있는 미술관들이 제주 안에 있어 감사했다. 하나의 섬 안에서도 사는 곳과의 정반대의 제주는 미지의 세계로 다가와 여행자의 자세가 된다.


새해 일출

 

표선에서 잠을 자고 성산일출봉에서 새해 일출을 보면서 2024년의 한 해도 무탈하길 기원했다. 덜덜 떨며 하품을 연달아하는 아이들을 겨우 달래 섭지코지로 향했다.


제주 자연을 아름답게 살린 미술관 입구

 

섭지코지 바로 앞에 위치한 유민미술관은 유리공예라는 예술의 시작과 흐름을 유민 홍진기 선생의 소장품으로 풀어놓은 곳이다.

 처음에는 어떤 작품을 전시하는지 보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에 먼저 관심이 갔었다. 본태박물관, 글라스하우스와 함께 국내 6곳의 안도타다오 건축물 중 3곳이 제주에 있어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본태박물관에서 봤던 노출 콘크리트의 회색벽과 흐르는 물과 빛, 무엇이 나올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동선이 유민미술관에도 담겨있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건축가답게 제주의 물, 바람, 빛, 소리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입구에서부터 예술의 세계로 빠져들어갔다.


 전시실 입구로 들어가니 손님을 기다리는 실내화들이 정갈하게 놓여있다. 무거운 신발을 내려놓고 실내슬리퍼로 갈아 신으니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면서 어둡고 좁은 공간 안에 작은 유리공예작품들을 관람하는 예의를 갖춘 기분이 들었다. 먼 길 찾아온 사람들을 위한 섬세한 배려에 전시를 더욱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에밀 갈레의 버섯램프


유리라는 소재로 만들어낸 정교한 작업들이 경이로우면서도 뜨거운 유리를 녹이며 식히며 작품을 연구하는 작가의 행위 자체가 예술이라는 느낌을 받게 했다. 꽃, 나비, 물고기 등 동• 식물 등을 모티브로 한 화병과 램프는 작품들 하나하나가 주는 완성도와 아우라가 대단했다.


마지막 램프의 방에서 컬러링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 조용히 색칠도 하고 안도타다오와 아르누보 관련 서적들도 볼 수 있었다.

제주도 바람 따라 프랑스의 과거로 잠시 다녀온 꿈을 꾼 듯하다.


직선으로 완성된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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