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학이 Mar 07. 2024

바다를 가까이

표선으로의 여행

 

 제주에서 가장 따뜻한 남원쪽은 한번 살아보고 싶은 곳이다. 제주공항을 매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 때문에 제주시에 살고 있지만 언젠가 서귀포에 집을 짓고 사는 꿈을 꾸고 산다.

 

 한겨울 우리 집에는 눈이 오는데 남원으로 넘어가면 따뜻한 햇살이 있어 하늘이 내린 날씨에 감탄하곤 한다.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거리와 겨울에도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 덕분에 도시인들에게는 더욱 여행지답게 느껴질까? 그래서인지 대규모 리조트와 숙소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제주민속촌과 성읍민속마을이 있어 제주시내에서는 느껴보지 못하는 시골마을의 정취를 아이들과 즐길 수 있다. 요즘 제주로의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고 해서 그런지 설 연휴에도 동네는 조용했다.


 우리는 두꺼운 패딩을 벗고 먼저 찾아온 서귀포의 봄을 누렸다.


성읍민속마을 명물 쑥호떡


 숙소 주변을 둘러볼 겸 나와 성읍민속마을을 지나가던 중 호떡 맛집 ‘몰고랑’이 아침부터 열려 있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차를 세웠다. 네 식구 각각 1 호떡 1 어묵을 손에 쥐고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호호 불어가며 먹었다. 쑥호떡 소문대로 맛있었다.


 숙소에서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수영을 매일 할 수 있었고 올레길 4코스가 이어지는 바다를 산책하면서 여유를 즐겼다. 첫날보다 맑아진 날씨 덕분에 너른 잔디밭에서 축구도 하며 오랜만에 광합성도 실컷 했다.

 

혼자 누워 바다보기

 

 바다가 가까이 보이는 곳까지 혼자서 걸었다. 바다내음과 파도소리를 듣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다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위로를 받는 기분이다.

 

 바다는 묵묵히 제자리에 있으며 흘러간 시간을 꾹꾹 눌러 담고 있는 것 같다. 그 세월이 바람을 타고 등을 토닥여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기에 앞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것일까.


무말랭이와 보말껍데기

 

 누가 곱게 널어놓은 무말랭이. 피클을 담듯이 무를 말려 간장과 식초 설탕을 끓여 부어놓으면 제주밥상에 빠질 수 없는 반찬이 된다. 보말이 파도에 밀려 해안가에 가득하다. 원래 보말은 검정색인줄 알았는데 해를 많이 받아 하얗게 바랜 것 같다. 이제는 바다에서 보아도 조개만큼 익숙한 보말들. 딸이 좋아하는 보말칼국수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표선해수욕장

 

표선해수욕장은 밀물과 썰물 때 모습이 크게 달라진다. 물이 빠져나간 아침에는 갯벌처럼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아직 차가운 바닷물이지만 영롱한 에메랄드 색을 보고 있으니 여름이 온 것 같이 설렌다.


 해수욕장에 12 지신 돌상을 만들어놓았는데 아이들이 하나하나 올라가 보며 동물마다 나타내는 시간과 상징하는 의미를 써놓은 비석도 읽어보았다.


“엄마, 나 몇 시에 태어났지?”

“언니는 아침 7시 19분인데 너는 오전 11시인가?”

“나는 몇 분이야?”

“11시 10분인가 그렀을걸..?”

“언니는 몇 분 인지도 기억하면서..”

갑자기 미안해진다. 첫째는 태어난 시간에 배꼽까지 붙어있는 일기장이 있는데 둘째는… 없다. 마음으로 더 많이 사랑해 줄게!


샌드위치를 사서 바다 앞에 앉았다. 여름이 와서 바닷물에 첨벙첨벙할 때 또 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유리처럼 투명하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