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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이 Mar 29. 2024

먹고 달리고 사랑하라

매일 운동하는 삶

 모두 잠든 새벽, 혼자 거실로 내려와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고 있는 30분은 고요하고 느리게 흐른다. 잠을 깨고 책을 보는 여유도 잠시,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30분은 2배속으로 돌린 것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아이들이 많이 컸지만 그래도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순간들에는 내 영혼의 시곗바늘까지 재촉하며 초침, 분침이 레이스를 하듯 돌아간다.


 그렇게 상대적으로 지나가는 시간이 달리기를 할 때는 나의 몸과는 완전 따로 논다. 얼마 뛰지도 않았는데 몸은 이미 몇 시간 뛴 사람처럼 힘이 든다. 빛의 속도로 3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면 나의 이동거리가 5km는 훌쩍 넘어있을 줄 알았는데 겨우 2-3km밖에 가지 못했다. 달리기 초보가 넘어야 할 벽은 너무나 높다. 수영도 마찬가지이지만 몸이 풀릴 때까지의 고통은 이겨내기가 매번 어렵다. 쉬지 않고 같은 속도로 뛰는 것이 이렇게 힘들었다니 마라토너의 의지가 새삼 존경스러워진다.


 앞사람이 빨리 간다고 같이 급해지지 말고 내 페이스에 맞춰서 뛰는 것이 장거리 달리기의 가장 중요한 점이다. 심박수가 170을 넘기 시작하면 페이스를 조금 낮춰 호흡을 안정시켜야 한다. 130 정도로 떨어지면 그때 다시 속도를 올린다.


 마라톤 선수들이 그렇게 빨리 뛰는지 몰랐는데 100m-17초 속도로 달린다고 하니 얼마나 빠르게 뛰는지 놀랍기만 하다. 운동을 할 때는 1분 1초가 갖는 의미가 너무나 크다. 특히 수영장 25m를 수없이 왕복하면서도 그날 컨디션과 호흡, 발차기 등 여러 상황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스타트와 잠영, 돌핀킥에서 첫 번째 스트로크까지 이어지는 15m를 수월하게 갔다 해도 남은 25m를 또 어떻게 가느냐는 철저한 계획 안에서 움직여져야 한다. 입수하는 순간 머릿속은 아무 생각이 없어지므로 동물적인 본능으로 내 몸이 자동으로 움직일 수 있게 수없이 연습을 해야 한다.


 반복되는 몇 초의 순간들을 계속 이겨내고 이게 마지막이야, 한 번만 더, 3초만 버티자… 오늘도 나와의 싸움의 연속이다. 운동을 할 때도 다른 일을 할 때도 나를 다잡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함을 느낀다. 그 끈을 놓지 않고 움직이는 내가 대견하고 멋져 보이는 순간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해 힘을 내어 내 팔과 다리를 힘껏 들어 올린다.



이번주 나의 운동기록
먹고 달리고 사랑하라
달리는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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