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월은 고사리 시즌
4월이면 다들 고사리 이야기에 들떠있다. 이맘때가 되면 고사리를 말려서 주시는 분도 있고 생고사리를 주는 이웃도 있다. 제주 고사리는 육지에서도 알아주는 식재료이고 가격도 비싸기에 고사리장아찌, 고사리육개장, 고사리나물을 부지런히 해먹을 생각으로 장화와 장갑을 챙겨 집 근처 오름으로 향했다.
아무에게도 안 알려준다는 고사리 스팟을 우리는 탐정대처럼 비밀스럽게 찾아들어갔는데 이미 몇 팀이 우리보다 먼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처음 길을 따라가 봐도 고사리는커녕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점점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니 다들 낮은 자세로 고사리를 따기 시작했다. 습하고 우거진 곳에 숨어있는, 아니 처음에는 고사리가 잘 안 보여서 숨어있다고 생각했는데 보이기 시작하니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간 길에는 이미 꺾인 고사리 아랫동만 남아있다. 나무 숲 가시덤불 깊숙이 사람 손이 닿지 않은 곳으로 들어가야 고사리가 많았다. 굵고 긴 고사리를 발견하면 산삼이라도 찾은 듯 너무 기분이 좋다. 욕심에 제일 아래 부분까지 길게 꺾었더니 밑은 질기기 때문에 중간보다 조금 아래를 두 손가락으로 똑 꺾으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길게 자란 고사리를 꺾을 때 ‘톡’ 하는 소리가 중독성 있다. 고사리 따러 갔다가 길 잃는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점점 알듯했다. 함께 간 친구들 중 베테랑 친구의 바구니는 벌써 가득 차있었다.
장바구니가 텅 비어있을 때는 언제 다 채우나 싶은데 하나 둘 모이다 보니 내 것도 어느새 수북이 쌓여있다. 연두색의 여린 고사리들은 끝이 꼬불꼬불 파마머리처럼 말려있다.
초록색 밭과 낮은 오름으로 햇살이 비추고 새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니 이곳이 고사리 천국 같았다. 천천히 걸으며 자세히 보았을 때 ‘짠’하고 나타나는 고사리가 귀한 손님처럼 반가웠다. 바구니가 점점 무거워질수록 땀도 나고 수확의 기쁨이 밀려왔다. 새벽부터 작업을 시작해 몇 배로 꺾어 매매하는 곳으로 달려가는 고사리꾼들의 부지런함이 또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느 정도 바구니가 채워지니 우리는 내려가기로 했다. 간식을 함께 먹으며 봄소풍을 나온 기분에 웃음꽃이 피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고사리를 깨끗이 씻어 한번 삶고 찬물에 담가놓아 독을 빼야 한다고 했다.
하루정도 담가놓고 다음날 내가 딴 고사리를 듬뿍 넣어 고사리육개장을 얼큰하게 끓이니 대단한 보약처럼 맛있었다.
길 가다가 도 고사리 없나 바닥을 보게 되니 이파리가 피기 전에 한번 더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