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체전에 참가하다
‘마흔’이라는 나이에 제주에 내려와서인지, 대자연 속에서 샘솟는 용기 때문인지 그동안 해보지 못한 경험들을 하면서 살고 있다. 처음 바다에서 장거리 수영을 했고 수영대회는 아이들만 참여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더 신나게 즐기고 있다. 제주에서의 삶은 서울에서보다 더 간결하고 단단해졌다. 도전해 볼 수 있는 것들에는 고민이 짧아졌고 자연을 가까이하면서 건강해졌고 가족 간의 애정이 더욱 깊어졌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제주의 자연을 마음껏 느끼기 위한 제주살이에서 체력은 필수조건이다. 특히 운동을 해야 마음도 다잡아지는 나에게 수영은 엄청난 에너지를 가져다준다.
올해 참가하게 된 첫 수영대회는 제주도민체전이다. 동네마다 다양한 종목이 치러지는데 운동을 좋아하는 제주 도민들에게는 가장 큰 행사일 것이다.
우리 외도동에는 선수 훈련용 실내수영장이 있어(근대3종 수영종목경기장) 수영 인구가 어느 읍, 면, 동 보다 많다. 100명 가까이 되는 수영인들이 참가하게 된 도민체전에 나도 숟가락을 얹어 참가하게 되었다.
외도동 수영동호인들의 수력은 기본 15년. 대회를 위해 선수들이 연습 중인 실내수영장에 첫인사를 가서 갈고닦은 수영실력을 검증(?) 받고 단체전에 뛸 수도 있으니 각오하고 오라는 말을 들으며 신고식을 치렀다. 서울에서 초급반부터 중급-상급까지 꾸준히 강습을 받으며 레인의 앞자리를 맡고 있는 언니들을 보면 수력은 절대 무시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젊은 사람들처럼 폭발적인 힘을 내지는 못해도 기본 실력으로 중위권을 유지할 수 있고 장거리에도 강하다. 우리 외도동의 저력은 50~60대 언니, 오빠들에게 있었다.
세 번째 대회여도 떨리긴 마찬가지지만 대회 짬밥이라는 것이 생겨 아는 사람도 생기고 기록에 대한 상식도 생기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커졌다. 제주 와서 밥 먹고 수영만 하나 싶을 정도로 주중에는 실내수영 주말에는 바다수영을 하고 있는데 이제 이 정도 열정이면 메달은 하나 따줘야 하지 싶다.(세상엔 수영 잘하는 사람 참 많다..)
고맙게도 훈련을 함께 해준 지인에게 족집게 과외를 받으며 스타트와 15m까지의 잠영, 물 잡기를 배우며 몸에 익혔다. 그동안은 완주를 목표로 대회에 임했다면 이제는 기록을 줄이기 위한 도전이라 말하고 싶었다. 자유형 50m를 30초대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였고 스타트에서 실수만 없으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나와 남편, 첫째가 모두 출전했고 자유형 기록도 단축하는 좋은 성과를 남겼다. 지난번 출전했던 클럽대항 수애기배에서는 배영, 평영을 나가는 바람에 자유형 공식기록은 없지만 계영 때 43초를 기록했었다. 이번에는 2초 줄인 41초.
대회 전날 우리 수영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단체전에 나가기로 한 언니가 허리부상을 입어 못 뛰게 되었으니 나보고 계영주자로 뛰어달라는 전화였다. 나는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며 부담을 안고 대회장으로 갔다. 혼계영(평영)에 계영까지 뛰게 될 줄이야..
영광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뛰었고 우리 외도동은 종합 3위를 기록했다. 메달은 못 땄지만 함께 뛰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웠다.
1초씩 줄여나가다 보면 만족스러운 기록이 나오지 않을까? 대회에 나가면 너무 떨려서 다시는 안 나가야지 하는데 끝나고 나면 다음 대회 스케줄 보고 있는.. 나도 수영대회에 중독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