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학이 Dec 11. 2023

수영은 팀운동이다

함께라 가능한 일들


지난 2일, 한 달 동안 준비하던 수영대회가 열렸다.

작년에 이어 같이 참가하는 친구 둘과 우리가 형님으로 모시는 오라버니까지 넷이서 뭉쳤다.


대회 시작 직전

우리 넷은 올 초부터 함께 강습을 받으며 마음 한 구석에는 12월에 있을 대회를 같이 나갈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다. 수영을 한지는 오래되었지만 '대회'라는 것은 정말 선수급으로 잘하는 사람들만 나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수영장 앞에 현수막이 붙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수준도 수준이었지만 아예 나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지 못한 것이다. 아무래도 대회 규모가 육지보다 작다 보니 우리 같은 수린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고 작년에도 올해도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어 고민 없이 나갈 수 있었다.


수애기배 전국마스터즈 수영대회는 제주도 수영 동호인들의 축제다. 대회가 열리기 2~3주 전부터는 팀이름이 새겨진 수모를 맞춰 쓰고 기선제압을 하듯 수영장을 누빈다. 두 번째 출전이다 보니 동호회나 수영장 소속의 이름들을 알게 되었고 실력 좋기로 유명한 동호회 수모를 쓴 사람을 보면 괜히 기가 죽는다.


대회장인 서귀포국민체육센터에 적응 훈련을 가서도 옆 동호회 분들의 포스와 길고 긴 50m 거리에 겁을 먹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50m에서 수영을 하며 점점 거리감각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침 8시 반에 집합해 하루는 제주시로 하루는 서귀포시로 출발하며 국가대표라도 되는 듯 비장한 각오로 연습을 하고 왔다.

누가 보면 엄청난 실력인 줄 알겠지만 우리끼리 "참 못하는데 열심히도 한다!"며 돌아오는 차 안에서 웃음이 터졌다.


대회가 다가올수록 긴장감은 점점 커졌다. 스타트 연습이 관건이었는데 서로 잘못된 점을 봐주며 안정된 자세가 나오기까지 수도 없이 뛰었다. 집에 와서는 성실의 아이콘 오라버니가 보내주는 유튜브 영상을 공유하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했다.



대회 당일, 단체전부터 시작이었다. 혼계영에 자유형주자로 나가게 되어 총 네 종목을 뛰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침에 알게 되었다. 50m를 한번 뛰고 오면 체력이 바닥난다. 과연 내가 다 뛸 수 있을까? 스스로도 의아했지만 팀으로 나간 대회니 만큼 계영에 뛸 수 있다는 것은 영광이었다. 작년에 다섯 종목 이상 뛰는 분을 보며 엄지 척을 날려드렸었는데 일 년 뒤 내가 그 모습이 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자유형과 평영, 배영, 접영 순서로 진행되어 우리는 서로의 경기를 응원했고 자신의 경기 대기 중일 때는 마음속으로 응원을 했다. 친구의 경기가 시작되면 터치패드를 찍을 때까지 목청껏 이름을 불렀고 기록을 확인하며 함께 기뻐했다. 내 경기도 친구들이 그렇게 봐줬고 그 힘으로 끝까지 왔다.

배영 경기 마치고
오빠도 평영출전! 시합전 워밍업 후

마지막 계영에서는 우리 83년생 친구 셋이 함께 뛸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다. 계영 주자는 자유형 기록으로 네 명을 선발하는데 우리가 선택되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완주했고 기록을 떠나 정말 열정을 다한 대회였다. 끝나고 나니 시원섭섭했지만 준비하는 내내 재밌었고 앞으로 수영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그림이 그려졌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마흔에 이렇게 수영에 빠질 줄이야. 다 친구들 덕분이다.

이제 내년 대회까지 D-364이다.


응원피켓!
작가의 이전글 석박지 담근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