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날리는 날 드라이브하기
가끔 나는
나를 점검하듯 들여다볼 때
좋아하는 것 10개를 적어본다.
하늘.
코발트 블루.
뭔가를 만드는 것.
가을.
맛집 찾기.
정원 관리.
… 여기서 멈춘다.
문제는 기억력이 아니다.
좋아함을 꺼내놓을 자리가
내 하루 안에 없다는 쪽에 가깝다.
꺼내는 순간 내 하루가 감당을 못 할까 봐.
그냥 담아둔다.
때론 좋아하는 것들을
깊은 곳에 숨겨두는 이들도 있다.
마치 “열면 안 되는 상자”처럼.
그 상자 안에는 대단한 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열면 쓸데없이 마음이 살아나서
감당해야 할 것들이 늘어난다.
작고 성가신 진심들까지.
좋아하는 음악을 다시 듣기 시작하면
그 음악을 들었던 시간이 함께 튀어나온다.
좋아하던 장소를 다시 가게 되면
그 장소에 남겨둔 사람도 같이 따라 나온다.
좋아하던 일을 다시 붙잡으면
“왜 그만뒀지?” 같은 질문이
조용히 옆에 앉는다.
그 상자를 열면 현재가 깨질까 봐 겁이 난다.
함부로 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금 겨우 유지하고 있는 균형이
조금만 건드려도 무너질까 봐.
좋아하는 걸 적어 보는데
무슨 용기가 이렇게까지 필요할까 싶지만,
때론 용기가 필요하다.
좋아함만 적는 게 아니라
좋아함 뒤에 붙어 있던 기억과 질문까지
같이 따라 나오니까.
나는 생각이 너무 많다.
좋아하는 것 하나에도
자꾸 설명을 붙인다.
좋아함이 취향이 아니라
해석이 되어버릴 때가 있다.
그래서 이제는 생각을 잠깐 접어두고
그냥 좋아하는 걸 100개쯤은
가볍게 적을 수 있게
그렇게 살고 싶다.
적어도,
좋아하는 것 앞에서만큼은
설명 없이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 제일 좋아하는 문장..
오늘만 살자.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오늘은 살아 있으니
오늘을 살자.
오늘을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으면
좋아하는 한 가지를 그냥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