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스 100개 그리기 프로젝트
AI가 일을 대신해 주는 시대다.
기획자는 이제 일이 흘러가는 길과 판단이 내려지는 기준을 설계하는 사람이 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AI가 강해질수록 “프로세스 문서”는 더 중요해진다.
AI는 무엇이든 그럴듯하게 만들어주지만, 무엇을 언제 어떤 조건에서 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인간이 정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정의를 “공유 가능한 언어”로 남겨두지 않으면, 조직은 다시 구전(口傳)과 감(感)으로 돌아간다.
이때 BPMN과 DMN은 AI 시대의 기획자에게 도면 같은 역할을 한다.
BPMN(Business Process Model and Notation)은 한 문장으로 말하면 이렇다.
누가(Actor)
언제(Trigger)
무엇을(Task)
어떤 순서로(Flow)
어디서 분기하고(Gateway)
어디서 끝나는지(End)
즉, BPMN은 “업무가 흘러가는 지도”다.
AI가 끼어드는 순간 이 지도는 더 필요해진다.
왜냐하면 AI는 대개 한 번의 답이 아니라,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연쇄적으로 실행되는 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객 문의 자동 처리도:
문의 수집 → 분류 → 위험도 판단 → 답변 생성 → 승인(또는 자동 발송) → 기록/리포트
이 전체 흐름은 “프롬프트”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사람이 봐도 시스템이 봐도 같은 그림으로 남겨야 한다.
그게 BPMN이다.
DMN(Decision Model and Notation)은 프로세스에서 가장 자주 터지는 문제를 해결한다.
“이 경우엔 누가 결정해요?”
“기준이 뭐죠?”
“왜 지난주에는 A였는데 오늘은 B죠?”
프로세스는 흐름이고, 흐름의 중간에는 반드시 판단이 있다.
반품 승인 여부
고객 등급 산정
환불 수수료 부과 기준
이상 거래 탐지 시 조치
SLA(Service Level Agreement) 위반 시 에스컬레이션(Escalation) 기준
이 판단을 코드에 박아버리면, 바뀔 때마다 개발이 필요하고
바뀐 기준이 어디에 반영됐는지 추적도 어렵다.
DMN은 이 판단을 표준화된 ‘결정 테이블(Decision Table)’로 분리해
누가 봐도 이해되고
바뀌면 바뀐 대로 버전 관리가 가능하고
AI가 설명 가능한 형태로 남게 만든다
AI 시대의 핵심은 “자동화”만이 아니라 설명 가능성이다.
DMN은 그 설명 가능성을 문서로 고정시키는 장치다.
AI를 붙이면 프로세스는 보통 이렇게 변한다.
규칙 기반(If-Else)만으로는 부족해지고
모델 판단(LLM(Large Language Model))이 들어오며
예외 케이스가 급증한다
이때 가장 흔한 실패는 두 가지다.
AI가 프로세스를 삼켜버리는 경우
“AI가 알아서 하겠지”가 되어 책임 경계가 사라진다.
프로세스가 AI를 감당 못 하는 경우
어디서 AI를 호출하고, 어떤 결과를 어떻게 검증, 승인, 기록할지 정의가 없다.
BPMN은 “AI가 들어갈 자리”를 정해준다.
DMN은 “AI가 따라야 할 판단 기준”을 정리해 준다.
이 조합이 갖춰지면, AI는 마법이 아니라 부품이 된다.
교체 가능하고, 테스트 가능하고, 운영 가능해진다.
아래 순서가 가장 무난하다.
Step 1. 한 문장으로 프로세스 정의
Trigger(시작 조건) + Outcome(끝 상태)
예: “고객 문의가 들어오면 30분 안에 1차 응답을 제공한다.”
Step 2. BPMN으로 “길”을 먼저 그린다
Happy Path(정상 흐름) → 예외 → 승인/거절 → 기록까지
포인트: AI 호출 지점을 “작업(Task)”로 명확히 둔다
예: “문의 요약 생성”, “답변 초안 생성”, “위험도 평가”
Step 3. 판단이 등장하면 DMN으로 빼낸다
“승인 여부”, “등급”, “수수료”, “제재 단계” 같은 판단은
흐름이 아니라 결정이다.
Step 4. BPMN과 DMN을 연결한다
BPMN의 Business Rule Task(비즈니스 룰 작업) 지점에서
DMN Decision Table을 호출하는 형태가 가장 깔끔하다.
Step 5. 운영을 위해 ‘증거’를 남긴다
AI 시대 프로세스에는 반드시 이것이 들어가야 한다.
로그(Log): 무엇을 입력으로 넣고, 무엇을 결과로 받았는가
근거(Reason): 왜 이 결정을 내렸는가(DMN 룰 매칭 결과 포함)
지표(Metric): 처리시간, 재처리율, 승인률, 예외율
감사(Audit): 누가 언제 승인/반려했는가
여기까지가 “그림”이 아니라 운영 가능한 설계다.
AI는 BPMN/DMN을 대신 그리는 도구로 사용해도 좋지만 , 프로세스 품질을 올리는 리뷰어로 쓰는 게 더 강력하다.
누락된 예외 케이스 찾기
역할/책임 충돌 찾기
의사결정 기준의 모순 탐지
결정 테이블의 경계값(Threshold) 테스트 케이스 생성
로그/지표 설계 제안(관측 가능성(Observability))
즉, AI는 문서 작성자가 아니라 프로세스의 QA(Quality Assurance)가 된다.
AI가 코드를 쉽게 만들수록,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은 더 선명해진다.
BPMN으로 일의 흐름을 고정하고
DMN으로 판단의 기준을 분리하고
그 둘을 연결해 자동화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 구조가 갖춰졌을 때, AI는 조직의 감각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조직의 의도를 실행하는 엔진이 된다.
“프로세스를 쓴다”는 건 결국,
AI에게 일을 시키기 전에
우리 스스로의 일을 이해하는 방식을 갖추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