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N(Decision Model and Notation)
정말 복잡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프로젝트가 있었다.
조건은 많았고
예외는 더 많았다.
하나를 정하면 둘이 흔들리고,
둘을 맞추면 숨어 있던 셋째가 튀어나왔다.
판단의 순서를 정하면서 줄을 세웠다.
지금 같으면 아마 AI에게 먼저 물었을 것이다.
“이 조건들 기준으로 MECE 하게 정리해 줘.”
그러면 제법 그럴듯한 표와 분기,
빠진 항목까지 금방 정리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시대가 아니었다.
우리는 발생 가능한 경우를 하나씩 예측했고,
충돌하는 조건을 나누고,
우선순위를 세우고,
그걸 다시 엑셀에 직접 타이핑했다.
엑셀에.
셀 하나하나에 인간지능을 밀어 넣는 방식으로.
지금 생각하면 약간 구석기시대 느낌이 좀 나지만.
그 시절에는 인간지능을 정말 100퍼센트 썼다.
무엇이 기준인지,
무엇이 조건인지,
무엇이 정책인지,
무엇이 예외인지
끝까지 구분해야 했기 때문이다.
비슷해 보이는 두 조건 사이에 선을 긋고,
충돌하는 판단 사이에 순서를 세우고,
누가 봐도 같은 결론에 도달하도록
판단을 표 안에 붙잡아 두는 일.
지금 돌아보면
그때 우리가 만든 것은 단순히
엑셀 파일이 아니었다.
사람의 판단을 구조로 바꾸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을 묵묵히 해내던 사람이 있었다.
그 어려운 일을 인간지능으로 해내던 그 친구는
요즘도 여전히 의사결정을 하며 산다.
다만 대상이 달라졌을 뿐이다.
예전에는 프로젝트의 예외 조건을 다뤘다면,
요즘은 인공지능과 함께
식재료의 성질과 몸의 상태를 보고
더 나은 마크로 비오틱 레시피를 고민한다.
무엇이 몸에 맞는지,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더할지,
어떤 조합이 균형을 만드는지
그는 지금도 조용히 판단한다.
생각해 보면 이것도 비슷하다.
예전에는 정책과 예외를 표로 정리했다면,
지금은 계절과 재료와 몸의 상태를 놓고
조용한 의사결정 테이블을 만든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혼자서 모든 경우의 수를 버티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인공지능은 빠르게 정리해 주고,
놓친 조합을 보여주고,
생각보다 괜찮은 선택지를 건넨다.
뭐 가끔 틀려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친구는
예전보다 힘들지 않게 매우 즐겁게
의사결정을 하며 산다.
DMN은 내게 어떤 표기법보다 먼저
한 시절의 태도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복잡한 것을 대충 넘기지 않고,
조건을 끝까지 나눠 보고,
판단을 구조로 만들던 태도.
그리고 그 전설의 주인공은
요즘 인공지능과 함께
매일 식재료를 들여다보며
더 나은 레시피를 위한
의사결정 테이블을 만들며 즐겁게 살고 있다.
한때는 프로젝트를 위해 복잡한 판단을
버텨낸 사람이,
이제는 삶의 균형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면
그것도 충분히 전설 같다.
전설이라고 해서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너의 결정을 항상 응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