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당하다.

이별은 늘 내 의지 밖에서 온다.

by hako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이별은
사람을 멍하니 사막 한가운데 세워 놓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고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잘 모르게 된다.


그게 가까운 사람이든

그저 알고 지내던 사람이든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는 이상하리만큼 비슷하게 멍해진다.


마음은 아직 그 사람이
내 일상 어딘가에 그대로 있을 것처럼 움직이는데
현실만 먼저 한 발 물러나 버린다.


그래서 자꾸
이별을 당했다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조금 어색한 말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갑작스러운 이별은
이별을 했다가 아니라
이별을 당했다는 쪽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고
준비한 것도 아니고
마음의 정리 같은 것은 시작도 못 했는데
이별만 먼저 와버렸기 때문이다.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살게 될까.


또 그 관계들 속에서
얼마나 많은 기억과 추억을 품고
남은 시간을 살아가게 될까.


만나는 일도 쉽지 않지만
이별은 늘 사람을 어렵게 한다.

관계를 맺는 데에도 마음이 들고
이어 가는 데에도 애가 쓰이지만
끝을 받아들이는 일에는
그보다 조금 더 큰 힘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가끔은 우스갯소리처럼 들리다가도
어떤 날에는 참 진심처럼 들린다.


늘 곁에 있을 것처럼 대했던 시간들이
사실은 한 번도 당연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이별은 뒤늦게 알게 한다.


앞으로도 나는

수많은 이별을 당하며 살게 될 것이다.


그 이별이
한 번쯤은 익숙해질까 생각해 보지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조금 덜 놀라고
조금 더 오래 견디게 될 수는 있어도
쉽게 괜찮아지는 이별은 끝내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주어진 하루를 조금 더 성실히 살아본다.


대단한 준비를 할 수는 없어도
눈앞에 있는 사람을 조금 더 다정하게 보고
건넬 수 있는 말을 미루지 않고
함께 있는 시간을 대충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언제 올지 모를 이별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래도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는 일은
어쩌면 이별을 견디는 작은 연습이 될 수 있다.


잘 보내기 위한 연습이 아니라
무너진 뒤에도
다시 조금씩 살아가기 위한 연습.


이별은 여전히 어렵고
앞으로도 쉽지 않겠지만
오늘은 그저 내 하루를 다 살아본다.

그렇게 하루씩 살아내며

언젠가 또 찾아올 이별 앞에서
완전히 무너지지 않을 마음을
조용히 만들어 간다.



아름다운 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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