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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조앤 Jun 14. 2021

출근길

자두꽃 핀 시골길에서 시를 쓰오

나의 출근길은 매우 짧다.
우리 동네를 벗어나지도 않는다.
내가 실제 거주하고 있는 곳은 "달라스"는 아니다.
달라스와 경계가 맞닿아있는 여러 위성 도시 중 하나다. 미국에서 제일 평평한 땅인 텍사스 북쪽 달라스는 그래서 교통이 사통팔달이다. 산도 없으니 그야말로 동서남북 거칠 것이 없다. 마치 하얀 도화지 쭉  펼쳐 그리듯 도로가 생겨나는 것 같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들어가고 나오는 길을 헤매기 더 쉬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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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출근길마다 신경이 쓰이는 것은 <경찰>이다. 교통경찰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내가 정말 싫은 건 출근길 골목에서 경찰이 속도위반 차량을 노리는 모습이다. 운전자 모두가 속도를 지켜야 안전하다. 물론이다. 그렇지만 숨어서 지켜보는 것은 왜인가? 잠복하고 있다는 것이 여간 탐탁지 않은 것이다. 굳이 이런 방식으로 속도위반을 잡으려는 것은 <안전>을 위한 것이라지만 내 마음에 큰 돌덩이를 얹어놓고야 만다. 누군가는 모자란 예산을 메꾸려 한다고 했다. 무시하기도 어려운 것이 범칙금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아서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벌써 10년 전) 학교 앞에서 속도 제한에 걸렸는데 거의 삼십만 원 돈이 나왔다. 학교 주변은 범칙금이 더 많이 나온다고 했다. 나에겐 굉장히 위압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주긴 하지만, 시민의식이 높아서 교통법규를 잘 따르는 게 아니었다는 해석이 가능했다. 여러 나라 사람들의 각기 다른 문화와 다양한 언어가 얼기설기 얽혀있는 사회이니 규율의 적용이 엄격할 수밖에. 대중교통보다 개인차 이용률이 워낙 높으니 이에 대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는 하게 되었다.

한 번은 남편이 이리 말했다. 경찰들은 비싼 차들은 안 잡는 것 같다고. 붙들고 있는 차 보면 안다고. 대개가 허름한 트럭들 아니냐고. 땀 흘려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차들이고, 그 범칙금은 그들에게는 실로 과중하지 않겠냐고.


짧은 출근길에서 자주 보는 잠복 경찰차는 언제나 떨떠름하기만 하다. 도심에서 속도의 제한은 나를 지켜주는, 우리를 지켜주는 안전 선임은 분명한데 이를 빌미로 경찰이 잠복하는 행태와 스피드 건을 시민에게 겨누는 태도는 신뢰와 믿음의 창을 소리 없이 깨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사고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일 텐데 못내 씁쓸하기만 한 것이다.






자두꽃 핀 시골길 / 곽재구​


우리 고물상 지나
용당 식물원 지나

낙원 주유소 담장 위 노란 호박꽃
어린 태양의 축제 같아라
시가 찾아와 깜빡이등 켜고
길가에서 시 쓰는데 경찰이 달려오네
주정차 금지 구역 열심히 설명하는 젊은 경찰에게
면허증을 건네니
뭐 하셨소? 묻네
호박꽃이 좋아 시를 쓰는 중이었소, 하니
호박꽃이 좋으오? 또 묻네
아니오 평소엔 자두꽃을 좋아한다오
그가 천천히 면허증을 건네주며
다음번엔 자두꽃 핀 시골길에서 시를 쓰오, 하네


누가 시인인가.

이 소박한 풍경이 눈물 나게 정겹다.
아름답다.

자두꽃 핀 시골길에서 시를 쓰오.

느려야 누릴 수 있는 것.
기다려 주어야 알 수 있는 것.
자두꽃은 어찌 생겼나?
나는 꽃들과 나무들 이름을 아는 것이 적기 만한데.

나는 어디서 살고 싶은가.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네 삶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이러할까.

다음번엔 자두꽃 핀 시골길에서 시를 쓰오.

이런 날들은 이제 영화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이런 날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가능하기 어렵기만 한 걸까.

정겹고
순하고
고운
아름다운
하루

잃어버린 것들과
지켜야 할 것들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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