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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조앤 Jun 12. 2021

알폰소가 아프다

마음이 무겁다.

카페에서 나와 같이 일하는 멕시칸 아저씨.


코로나에 걸렸다. 벌써 6주가 되었다. 4월 말 나보다 먼저 일주일 휴가를 내었다. 휴가 기간 중에 코로나에 걸렸다는 연락을 5주 전에 셰프가 받았다. 인도 셰프 J는 크게 낙담을 했다. 백신 접종하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알폰소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고,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단 알폰소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은 코로나 시작부터 백신이 무료로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 오늘까지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했다. 마스크는 의료와 방역의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사실과 얼굴을 가린다는 문화적 배경 사이에서 그야말로 오락가락 갈팡질팡했고, 백신 역시 불신이 높았다. 그러나 미국은 백신 개발 투자와 그에 따른 물량 확보로 지금 코로나 사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나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미국에서 지나고 있다. 사스, 메르스는 나에게도 먼 이야기였다.


알폰소는 두 딸의 아빠이고, 투 잡을 뛴다. 서부 캘리포니아 최남단 샌디에이고(San Diego)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도시 티후아나(Tijuana)가 그의 고향이다. 고향이 안전하지 않아 떠나지 않을 수 없었던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멕시코의 치안은 엉망 상태라고 했다.


그는 보기 드물게 성실한 사람이었는데,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는 12시간 이상의 노동이 필요했다. 이 또한 알폰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멕시칸들이 이러한 경제 상황에 처해있다. 그들 중 알폰소는 좀 더 열심을 내는 사람일 뿐이었다. 텍사스에서 남쪽 샌안토니오와 휴스턴 쪽에 초기 코로나 감염이 높았던 이유는 멕시칸들이 그 지역에 많이 거주하고 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았다. 농장에서, 육가공 업체에서, 식당에서 사실 미국은 그들이 없는 경제활동을 말할 수가 없다.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미국에서 제일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의료보험이다. 이는 개인 보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서 직장 보험이 없으면 개인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도 5인 가족 민간 보험금이 너무 비싸서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 보험 없이 지냈다. 불안했지만 크게 지병이나 허약한 사람이 없다는 배짱이었다. 도대체 왜 공적 보험을 실시하지 못하는 걸까?


미국은 철저하게 일해야 돈을 번다는 원칙이 세워져 있다. 이는 학교를 보면 알 수 있었다. 학교는 길게 3개월의 여름 방학을 갖는다. 교사들에게 1개월은 방학 준비와 개학 준비의 노동 시간으로 계산되지만  나머지 2개월은 무노동 무 월급 원칙에 의거하여  두 달 동안은 교사들에게도 월급이 당연히 지급되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의료 보험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던 것이다. 오래된 전제는 결국 의료보험 혜택을 많은 사람들이 받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알폰소는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까지 갔다고 했다. 산소 호흡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알폰소는 나와 함께 회사 카페에서 일하는 큰 이유가 바로 의료보험 때문이었다. 개인 레스토랑에서 훨씬 많은 돈을 받았지만 고용인 사장은 피고용인 알폰소의 의료 보험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이를 알폰소는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 정작 무료로 제공되는 백신 접종을 그동안 안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카페는 최소 인원으로 일하던 터라 6주 동안 그의 공백이 크기만 하다. 무엇보다  그의 온전한 회복이 염려스러운 것이다.


미국은 의료 차원의 가이드라인은 가이드라인일 뿐.

각자의 선택이고, 각자의 책임이다.
권고는 권고일 뿐이고.
작업장에서도 백신 접종을 강제할 수는 없다.
알폰소는 본인 선택에 따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쉽게 회복되는 감기가 아니다, 누구에게는. 백신 이외 내가 이 도시에서 건강하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살아갈 수 있는 전제가 지금 따로 없다.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다는 것을 알폰소는 전하고 있는 셈이다.  설마, 나는 아니겠지!라고 할 수 없다는 것만 분명해졌다.


Why me? 왜 나입니까?를 묻기 전
Why not me? 왜 나는 아니어야 하는가를 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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