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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조앤 Aug 24. 2021

등판번호 8 그리고 24

코비 브라이언을 추억하며

* 前 NBA의 농구선수. 20년 동안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한 팀에서만 슈팅 가드로 활약했다. 마이클 조던 이후 최고의 슈팅 가드이자,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역대 최고의 슈팅 가드로 평가받았던 선수였으며, 실력과 명성이 조화를 이뤄 이름만으로도 브랜드가 된 얼마 없는 NBA 선수가 되었다. 2016년 4월 13일 선수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살다가, 안타깝게도 2020년 1월 26일 둘째 딸인 지아나 브라이언트(13세)와 함께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향년 41세에 세상을 떠났다.. [나무 위키에서 발췌함]



In memory of Kobe Bryant who loved the Basketball deeply

그날은 무심한 날
큰 걱정 없는 날
어제와 같은 날
서둘러 옷을 멋지게 입은 날

삶은 오리무중. 조앤


   안개, 하얀 밤이나 캄캄한 밤이나 앞이 안보이기는 다를 바 없다. 그 안개를 쉽게 여긴 걸까, 성능 좋은 헬기를 믿었을까. 어느 것이든, 그날은 그에게 가장 완벽한 날이었음을 인정하는 것, 받아들이는 일이 나에게 남겨졌다. 이는 생사와 무관하다. 살아있어 완벽함을 증거 하는 것과 같이 죽음의 순간도  완벽한 때이었음을. 나는 믿어야만 하는 것이다. 믿는다는 것은 내가 이해할 수 있음과 아무 관련이 없단다. 뭐 이런 딱딱하고 차가운 말이 있을까, 제기랄.

   도전이 나를 부른 게 아니었어.
   네가 나를 부른 거지.
   너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했어.
   그래서 달렸고, 부상과 열심은 내 몫이었어.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모든 걸 주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너를 놓아줄 준비가 되었어.

   나는 여전히  6살 소년 그대로야.



   그는 은퇴를 앞두고 이 짧은 영상을 만들었다. 농구가 그의 삶에 무엇이었는지를 고백하는데 그의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담당했다.


 https://youtu.be/ejU0v6-Na8w



Dear Basketball,



From the moment

I started rolling my dads tube socks

And shooting imaginary

Game-winning shots

In the Great Western Forum


I knew one thing was real:

I fell in love with you.

A love so deep I gave you my all

From my mind & body

To my spirit & soul.

As a six-year-old boy

Deeply in love with you


I never saw the end of the tunnel.

I only saw myself

Running out of one.

And so I ran.

I ran up and down everycourt

After every loose ball for you.

You asked for my hustle

I gave you my heart

Because it came with so much more.


I played through the sweat and hurt

Not because challenge called me

But because YOU called me.


I did everything for YOU

Because thats what you do

When someone makes you feel as

Alive as youve made me feel.

You gave a six-year-old boy his Laker dream

And I'LL always love you for it.


But I cant love you obsessively for much longer. This season is all I have left to give. My heart can take the pounding

My mind can handle the grind

But my body knows its time to say good bye.

And That's OK.

I'm ready to let you go.


I want you to know now,

So we both can saver everymoment

we have left together.

The good and the bad.

We have given each other

All that we have.

And we both know,

no matter what I do next

I'LL always be that kid

With the rolled up socks

Garbage can in the corner,


5 seconds on the clock

Ball in my hands.

5 4 3 2

... 1


Love you always,

Kobe



    이 밤,  <그>의 나직한 목소리가 가슴 깊은 곳을 아리게 한다. 그의 마음이 그대로 내 맘 한복판을 휘저어 뜨겁게 한다. 그의 농구를 향한 진실함, 진정함이 가슴 먹먹하게 파고든다.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


     나는 1996년 5월 결혼 직후 미국 캘리포니아에 도착했다. 그리고 6월, 바스켓볼 플레이 오프에서 시카고 불스팀 소속 전설의 마이클 조던과 L.A 레이커스 소속 루키 코비가 뛰는 게임들을 운 좋게 T.V에서 볼 수 있었다.


   나는 운동 경기 중 유일하게 농구만 목소리를 높여서 아이들과 구경했다. 6월 초 NBA 파이널 경기가 끝나면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기에 나와 아이들은 열심히 경기를 지켜보며 즐거워했었다. 싱그러운 6월의 날씨였고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섞여 시즌 내내 우리는 축제였다. 무엇보다 코비의 전성기였기에 우리는 통쾌하게 이기고야 마는 자랑스러운 L.A 레이커스팀을 응원할 수 있어 더 좋았다.


   나는 한국의 여자 농구 1세대 박찬숙 선수를 기억하고 있다. 큰 키의 그녀가 코트를 누볐던 나의 린 시절. 나는 키가 꽤 컸다는 것 빼고 그녀와 닮은 점이 없었는데 그녀의 눈부신 활약에 가슴 설레었다. 그러나 나의 관심은 TV 중계 시청에서 더 나아가지는 않았다.


     2011년 달라스로 이사 와서도 나와 아이들은 여전히 엘에이 레이커스팀을 응원했다. 아이들 셋은 모두 캘리포니아 북쪽 산호제에서 태어났다. 여기에 커리의 활약이 눈부셨던 캘리포니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팀이 더해졌다. 달라스의 메브릭스팀은 파이널에 나가는 것이 목표이니 우리의 관심 밖이었다. 나와 아이들은 언제나 우승이 목표였다. 2011년 이후부터  엘에이 레이커스 팀에 뒤 이어 워리어스팀이 최강팀이 되어가던 터라 아이들의 관심과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었던 호시절이었다.


   코비가 승승장구하던 모습, 그러함 속에 치열했던 자기와의 싸움, 혹독한 연습, 그의 유년 시절에 관한 이야기들, 그리고 은퇴 이후의 소식도 하나씩 하나씩 아이들 편에서 나에게 물 흐르듯 전해졌다. 

 

   2020년 코비드 19 초기 중국 소식으로 정신없던 때. 그의 사고 소식을 들었다.  코비는 1월 26일 이 생을 홀연히 떠났다. 아니, 무심하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그때부터 그의 등판 번호 8과 24가 새로운 건 내 생일과 같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연예인들과 운동선수에 그리 열광적이지 않다. 그러했지만 코비의 죽음은 사뭇 달랐다. 아이들과 함께한 추억들 가운데에 그의 비중이 컸기 때문이었을까. 믿기지 않는 마음과 어이없음에 맥이 풀리는 것을 경험했다. 농구를 너무나 좋아했던 큰 애는 그 마음이 어떠했을까. 나에게도 정말 가까운 이의 죽음과 다르지 않았다.


   2021년 8월 24일, 나는 오늘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을 생각한다.


   여전히 그의 안타까운 죽음이 가슴 아프다. 하고자 했던 일들이 많았던. 생전에 그가 하고자 했던 일들, 시작했던 일들이 이제 그를 좋아했던 팬들과 그의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남겨져있다.  남아있는 사람들이 코비가 시작한 일들을 모두 이루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의 농구에 대한 진실함과 진정함을 누가 흉내 낼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들이 묵묵히 이루어지기를 소망할 뿐이다. 그것만이 그를 진정으로 기억하는 것이 될 테니까.


   가슴에 묻고 기억하는 것이 내게는 다라는 것. 생사의 주관이 내게 없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마지막이 가장 완벽한 때였다는 것을 내 입술로 고백하기를 내가 바란다는 것. 그리될 것을 나는 안다는 것. 안다고 아니 슬픈가, 안다고 슬픔이 덜해지는가. 그렇지 않음에도 모든 삶의 시작과 끝은 완벽한 시간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나는 안다. 우리네 인생살이에 더할 것도 덜 할 것도 없는 가장 정확한 시작과 끝이었음을.

.

.

.

.


그날은
코비에게 완벽한 날이었어.
Goodbye, K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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