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원래부터 밋밋한 거기서 살아왔다, 고 생각했다. 바람도 비도 들지 않으니 평안하기 그지없었다.
폼 잡은 자세와 강렬한 눈빛은 그의 자존심이었다. 나, 정도라면 초원이든 아니든 상관없지 않을까, 가끔씩 생각했다. 분주히 오고 가는 사람들 중에는 사진을 들이대는 이들도 있었지만, 무심히 지나치는 이들이 더 많았다.
새로울 것 하나 없던 나날이었는데, 늘 해는 뜨고 졌는데, 저 건너편에 열기구 풍선이 매달린 것을 알게 된 날부터는 근질근질 날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는 뛰어본 적도 없는데 말이다. 사실 여기 그가 사는 곳이 가끔씩 갑갑하기는 했었다. 그렇다고 여기 밖을 나가 볼 엄두를 낼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에게 창 너머의 하늘과 푸른 잔디는 일하는 시간 내내 위안이었다. 하늘이 깊고 푸른 바다가 되어 쏟아져 내릴 듯 새파랗던 날, 그녀는 그를 발견했다.
거구의 덩치였다. 멀리서 였는데 그녀를 쏘아보는 눈빛이 강렬했다, 고 그녀는 생각했다. 사진기를 들고 그를 다시 찾아갔다. 그는 여전히 거기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나를 기다렸는지도 모를 일이야,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는 꽤나 몸집이 컸다. 무지개색 슈트는 아주 화려했다. 잘 어울린다, 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가 궁금해지기 시작한 이유는 갑갑한 여기를 떠나고 싶기 때문이었다. 거칠 것 없는 초원으로 당장 내달리고 싶을 때가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는 공존은 없고 생존만 남아있는 것이 기이했고, 배가 불러도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것이 이상했다. 왜, 일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종알거리는 그녀에게 더 다가갈 수 없었다. 그녀의 총총걸음을 흉내 낼 수 없었다. 그의 주위를 오가는 그녀를 본 첫날 그대로 그는 거기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단지 한 발을 내디디면 그녀가 밟고 있는 땅에 내려설 듯도 했는데.
이윽고 궁리하기 시작했다. 아, 여기를 어떻게 나갈 수 있을까...
그녀는 그와 초원 한가운데 서 있는 상상을 했다. 초원의 해와 달과, 밤과 낮은 어떨까. 해가 지면 불을 피고, 밥을 짓고 별빛 아래 잠드는 일상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