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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조앤 Mar 16. 2021

나 오늘 왜 이러죠? 나태주

시가 물으면 대답하기


나 오늘 왜 이러죠? 

 

                                 나태주

   

                                                

가을이 너무 많아요

얼른 가을이 지나가 버리고 차라리

얼음 찬 겨울이 들이닥쳤으면 좋겠어요

당신 내게 데리고 온 가을

가을만 덩그러니 남기고 당신

훌쩍 떠나버린 자리

가을과 나만 둘이서 마주 앉은 날들이

너무 많아요


무심히 피어 있는 뜨락의 국화꽃 덤불

국화꽃 덤불 위에 지나가던 바람이 몸을 얹고

흔들거리는 것도 차마 못 보아주겠어요

나날이 단풍의 물이 들어가는 나무들도 그러하지만

일찍 떨어져 땅바닥에 뒹굴다가

발길에 밟히며 소리 내는 낙엽은

더더욱 못 보아주겠는 맘이에요


나 오늘 왜 이러죠?


.

.

.

 


왜 그런 줄 아세요?


                              조앤


 

심술이 나셨네요

심통이 나셨네요

찬 겨울 왔으면 하는 맘,

아니라는 걸,

들키셨네요



보고 싶다는 말 하고 싶은데

빨리 오라는 말하고 싶은데

환한 국화꽃으로 기다렸다

붉은 단풍으로 기다렸다

하고 싶은데

바스락거리는 낙엽,

되었다는 걸,

들키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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