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을 오르며 내리며 양희은의 '한계령'을 백 번은 불렀던 것 같다. 양희은 팬이 아니었다. 난 그때나 지금이나 가요, 팝 등을 듣는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오래전 오월 소백산 철쭉제에 나선 날. 난 이 노래가 아니면 견디기 힘든 상태였다. 마음에 한 사람을 들인 것은 <일대 사건>이 되어 나를 이리저리 휘몰아대기 시작했다. 내가 내 맘대로 들였던가, 들일 수 있나. 그렇지 않았다. 그럴 수 없는 일이잖은가? 내가 들였다면 내가 몰아낼 수도 있어야 한다고 난 알고 있었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소백산 근처에 밤늦게 도착한 후 다음 날 아침 서둘러 산행을 시작했다. 오월이었다. 긴 팔을 입을 수 있는 온화한 날이었다. 산의 능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했고, 그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은 편안했다. 산 아래쪽으로 낮고 먼 산들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산은 다리 아프게 오르락 만 있는 줄 알았다. 경사가 낮아 완만한 소백의 능선은 위, 정상을 향해 있었지만 나를 힘들이지 않는 여유로 다가섰다.
내 마음의 길을 건너편으로 터놓을 수가 없어서 꽉 막힌 몸의 체증은 헛구역질로 올라왔다. 이 마음을 나 스스로 손 놓아버릴 수가 없다는 것이 무참히 나를 갉고 갉았다. 아프고 쓰라리게 했다. 신음처럼 '한계령' 노래를 한계령 아닌 곳에서 불렀다.
우지 마란다 잊으란다 바람처럼 살란다 그만 내려가란다
오월 철쭉으로 가득한 소백산은 분홍빛으로 분홍 햇살들로 흐드러져가고 있었는데, 내 안쪽은 한계령 폭설로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