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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조앤 Mar 16. 2021

청춘 심보선

시詩하고  답答한 그녀 / 시의 계절로 들어가기

   봄과 <春>이 같은 말이었을 때 -유능한 정원사 파이퍼

새로 심은 민트  @ 회사 정원

   오늘 유능한 정원사 파이퍼가 오후에 회사 정원 관리를 위해 오랜만에 얼굴을 나타냈다. 우리는 지난 한파를 어찌 보냈는지 서로 묻고 대답했다. 파이퍼는 전기는 문제가 없었는데 4일 동안 물 공급이 잘 안되어 큰 통에 물을 받아서 화장실 물로 써야 했다고 전했다. 우리는 빙하기에 살아남은 생존자가 되어 그만하기 다행이라며 반갑게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한파:지난 2월 중순 텍사스 100년 만의 폭설과 추위)

한파를 견딘 아루 굴라 @회사 정원

   회사 정원의 대부분의 허브들은 이번 한파를 견디지 못했다. 그녀는  파종할 것들과 모종 할 것들을 잔뜩 싣고 나타난 것이었다. 그녀는 금빛 머릿결 봄이 되어 환하게 찾아온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보자마자 <청춘/심보선>의 시를 떠올렸다.  



청춘


심보선



거울 속 제 얼굴에 위악의 침을 뱉고서 크게 웃었을 때 자랑처럼 산발을 하고 그녀를 앞 질러 뛰어갔을 때 분노에 북받쳐 아버지 멱살을 잡았다가 공포에 떨며 바로 놓았을 때 강 건너 모르는 사람들 뚫어지게 노려보며 숱한 결심들을 남발했을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을 즐겨 제발 욕해달라고 친구에게 빌었을때 장 자신 있는 정신의 일부를 떼어내어 완벽 한 몸을 빚으려 했을 때 매일 밤 치욕을 우유처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잠들면 꿈의 키가 쑥쑥 자랐을 때 그림자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서 그 그림자들 거느리고 일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을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 때 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 그때 꽃 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이라는 청춘이라는




과 청이 같은 말이 되었을 때. 씨 뿌리는 파이퍼의 <>의 손을 덥석 잡고야 말았다.

파이퍼는 씨앗을 한 손안에 꼭 쥐고는 흙 고랑을 작게 만들었다. 작고 여문 레디시 씨앗을 길쭉하게 길

것 같은 고랑 속에 2-3개씩 콕콕 집어내어 흙 속에 심었다.

그러나 아루굴라 씨앗은 너무 작고 가벼웠다. 다른 한 손 다섯 손가락으로 흙을 힘껏 흔들어 기지개를 켜주고는 흙 위에 눈처럼 흩뿌렸다.

짙은 거름과 섞인 흙은 까만 밤하늘 같았다. 그 밤하늘에 그녀는 <청春>의 손으로 별들을 정성스레 심는 걸 나는 내내 지켜보았다. 빛나는 햇볕 아래 분주한 그녀의 손을 오래오래 쳐다보았다.


   과 청은 같은 말이었다. 봄과 청은 다른 겉모양, 형태일 뿐이었음을 알았다. 북극에서 내려온 칼같이 매섭고 잔인했던 한파가 지나간 그 자리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씨를 뿌리는 자세와 마음을 봄은 그녀의 손으로 보여 주었다. 내년에도 환하게 추위를 헤치고 봄은 올 것이라고 했다. 나는, 나의 청춘은 어떠한지를 물었다.  내년에도 나의 청춘은 봄과 같이 또 온다고 했다.  내가 봄을 기다리며 씨를 뿌리는 그 마음과 그 자세라면.


그때만 꽃 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일생에 단 한 번 뿐이라는

청춘이라는


... 청춘은 단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매해 봄처럼 맞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의 손을 파이퍼처럼 펼 수 있다면 청춘은 단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고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6Keg3XKKjM

Hollow Coves - These Memories (Official Music Video)


"These Memories"


We found our place
On the branch of an old gum tree
Our feet would sway
To a voice in the breeze
And birds would sing
On the banks of a narrow stream

These memories will stay with me


We made our way
To a hill beside the sea
With salt in the air
And sand on our feet
We felt the sun
As it burnt upon our skin

These memories will stay with me

Now I'm far away
These memories still remain
Now I'm far away
You stay with me the same

Now I'm far away
These memories still remain
Now I'm far away
You stay with me the s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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