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계(不計) 패: 바둑에서 계가를 하지 않고 승리하는 것을 불계승이라고 한다. 계가는 대국을 마친 후 집수를 세어 승패를 결정하기 위해 집수를 셈하는 것. 일반적으로 상대가 기권을 했을 경우에 이루어진다. 기권한 상대방은 불계패(不計敗)가 된다.(참조:위키피디아)
2. 칸트의 인식론에서 물자체(物自體)는 어떻게 하더라도 우리가 완전한 본질을 알 수 없는 사물 자체를 일컫는 말이다(참조:나무 위키)
환멸은 어디서 오는가?
사랑했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사랑은 앞 얼굴이요 환멸은 뒤통수다.
나눌 수 없다.
시인은 환멸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가 죽도록 사랑했던 것들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다.
사랑이 환멸을 끄잡아낸다.
나를 환멸로 이끄는 것들
(토달며 다시 읽기)
조 앤
태양
..태양을 어떻게 환멸 할 수 있는가. 태양의 성분은 내게도 있다. 태양은 나의 근원이다. 사랑일 수밖에 없다. 아, 그래서 환멸인가.
오른쪽
..내가 왼손잡이라면,
레몬 향기
..레몬의 향이 좋았다 싫어지는 데는 아무런 토를 달 수 없다.
죽은 개 옆에 산 개
..개를 사랑해 그의 죽음의 골이 너무 깊었다면,
노루귀 꽃이 빠진 식물도감
..식물도감에 빠져 황홀했는데 세상 모든 식물이 다 들어있다고 믿었다면,
종교 서적의 마지막 문장
..구원이 있다는 말에 환호했지만 진정한 구원이 거기 없다는 것을 보았다면,
느린 화면 속의 죽음
..마지막이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그 마지막을 천천히 목도하기 시작했다면,
예술가의 박식함
...박식함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는데 박식함이 예술을 되레 붙잡는 것을 알게 된다면,
¹불계(不計) 패
..바둑 게임에서 완패했다. 처음이 아니라면,
변덕쟁이들
..생각의 자유를 찬미했지만, 막상 상황에 따라 다른 의견을 같은 사람이 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면,
회고전들
..다른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 외려 삶의 방향을 흩어 놓았다. 흉내 낼 수 없다면,
인용과 각주
..인용과 각주가 많은 자신의 논문을 읽었는데 자신의 의견과 생각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면,
어제의 통화 내용
..할 말을 다한 후련함보다 한 말을 주워 담을 수 없다는 후회를 했다면,
부르주아 대가족
..집안이라는 것이 자랑이자 족쇄임을 알았다면,
불어의 R 발음
..불어의 소리가 너무 좋아 배우려니 R 때문에 포기했다면,
모교의 정문
..들어갈 때는 푸른 가지였는데 나올 때는 늙고 시들고 꺾인 가지가 된 자신을 보았다면,
옛 애인들(가나다 순)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라는 것을 가나다순으로 깨닫게 되었다면,
컨설턴트의 고객 개념
..내가 돈을 받다가 반대로 돈을 내려니 고객을, 나를 돈과 숫자만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면,
²칸트의 물자체
..칸트의 물자체物自體는 현대에 와서는 결코 붙잡을 수 없는 실체,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지속적으로 현실의 외부로써 남아있는 것으로 본다고 위키피디아에서 읽었다.
물자체라는 말 자체
..물자체 단어의 뜻이 위같이 모호한 뜬구름 잡는 것이니 나도 물자체라는 말 자체에 환멸이나 궁금은 하다. 철학은 항상 나에게 이러하다.
라벤더 향기
..불어오는 바람과 비누 향으로는 좋지만 파이에서 나는 라벤더 향기까지는 아니라면,
아래쪽
..어려운 이웃들과 같이 가야 한다는 당위와 그 실현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매번 확인하게 된다면,
토성
..토성을 좋아한 가짓수만큼 이젠 싫어졌다! 그럴 수 있지 뭐.
사랑을 했다면 그다음은 환멸이다. 피할 수 없다.
환멸이란 꿈이나 기대나 환상이 깨어짐. 또는 그때 느끼는 괴롭고도 속절없는 마음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 중 오직 하나, 사람만이 환멸을 준다. 혹, 다른 것들의 환멸은 아마 견딜 수 있는 것이리라. 오직 하나, 사람에게서 오는 환멸만이 지독하게 외롭고 지옥 같은 것이리라.
사랑이 후의 환멸을 알아도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랑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나에게 오는 것이기에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