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님이 마셔본 음료 이름이다. 그 맛의 어떠함보다 음료의 이름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러웠다는 이야기가 나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일전에 내가 라테와 카푸치노에 관한 글을 썼을 때도 비슷했다. 커피가 너무나 인기가 많고, 카페도 흔하여 사람들이 <라테와 카푸치노의 차이> 정도는 쉽게 구분하는 줄 나는 알았다. 나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으니 몰랐어도 무방하지 않냐며. 결론은 의외로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았다.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거라는 짐작과 실제 사이에는 꽤 차이가 있었다. 커피를 좋아하면, 그림을 좋아하면, 운동을 좋아하면 그 정도는 당연히 알 거야라는 착각. 돌아보니 내가 엄마이니 아이들에 관하여 잘 알 것 같지만 나 역시 그렇지 않았다. 흔한 감기이지만 우리 아이들의 증상은 매번 배 아픈 것으로 시작했다. 듣는 사람에게는 이상할 것이 분명하다. 이 말은 통념이나 통계라는 것이 얼마나 허술한 것인가를 알게 한다. 즉, 나와 누군가는 그 흔함에 잡히지 않는 구석이 꽤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내가 경험한 것들, 직접 몸으로 부딪친 것들만 안다는 영역에 겨우 포함시킬 수 있는 셈이다. 비록 물보다 커피를 더 마신다 할지라도 말이다. 라테와 카푸치노의 차이점이 시험에 나오는 거야? 물어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 되겠지만, 시험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내 경험을 얹을 수 있다면 이 질문은 제법 훌륭하다. 커피를 이해할 수 있는 출발이 되어줄 테니.
이웃님의 질문은 이러했다. 1. 카페 라테면 카페 라테이고, 2. 녹차 라테면 녹차 라테이지 왜 3. 말차 카페라테인가요?
커피 메뉴를 읽을 때 팁이 필요하다.
이웃님은 이 메뉴 읽기에 실패를 하셔서 기대했던 맛과 실제 음료의 맛 차이를 더 크게 느끼셨을 것이다.
자, 커피 메뉴를 잘 살펴보자. 1. <카페라테>는 에스프레소에 따뜻한 우유를 넣은 것이고, 2. <녹차라테>라고 하면 가루 녹차에 따뜻한 우유를 섞은 것이다. 라테(latte)는 이탈리아어로 우유이고, 카페(cafe)는 이탈리아어로 커피를 뜻한다. 우리는 카페를 커피를 마시는 장소로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보통 카페에 다른 뜻이 있는지 질문하지 않는다. 특히 이탈리아 커피 문화를 들여와 상업적인 성공을 이룬 미국의 커피회사는 커피와 관련된 단어에 영어와 이탈리아어를 섞어서 쓰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더 헷갈리기 쉬울 수밖에 없다. 알겠지만 커피 잔 크기의 이름을 떠올려보라. 내가 일하는 회사 카페에서도 잔의 크기를 그냥 스몰(tall), 미디엄(grande), 라지(venti)로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럼, 마지막 메뉴 3. <말차+카페+라테>가 조금 이해가 되었는가? 해석이 가능한가? 말차→가루녹차 + 카페→커피(에스프레소) 라테→ 우유 = 이것은 녹차라테에 에스프레소를 추가한 메뉴이다.
커피 메뉴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다만 커피 메뉴를 이해하는 팁을 알면 보다 다양한 메뉴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처음은 언제나 낯설다. 익숙함을 깨는 일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내가 일하는 미국에서는 차이 라테에 에스프레소를 추가하는 것을 더티(dirty) 차이(chai) 라테(latte)라고 한다. 이 메뉴는 아는 사람들이 주로 먹는다. 호불호가 있다는 말이다. 우선 차이 라테를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일 것이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즐기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다 보면 두 가지 다른 점에서 새로움을 제일 먼저 만나는 행운을 누리는 사람이 될 터.
나에게는 더티 차이 라테나 말차 카페라테나 모두 두 가지를 섞은 엉뚱 발랄함이 신선하다. 누군가에게는 좋아하는 것 두 가지 일 수도 있다. 차와 커피가 만난 것이다. 나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둘 다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야말로 이론으로 배워서 알아가는 사람이다.
커피와 차는 모두 씁쓸한 맛이 기본이고, 특유의 강한 향으로 서로의 성격도 분명하다. 아마도 라테, 우유가 두 맛을 중재하지 않는다면 만나기 어려운 조합임엔 분명해 보인다. 달달한 커피나 에스프레소의 한결같은 맛에 권태가 왔다거나 진부함을 느낀다면 나는 이런 만남, 조합이 있다고 권해주고 싶다. 우유로 살짝 흐릿해진 녹차 맛을 에스프레소가 살려준다. 이런 맛의 상승을 나 같은 사람은 전혀 상상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흥미로왔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매일 아침마다 생각나는 맛은 아니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고 봄이 와서 화사한 어느 오후, 상큼한 무언가가 생각나거나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아이스드 말차카페라테는 썩 잘 어울릴 것이다. 말차의 가벼운 연두 빛깔과 살포시 내려앉은 에스프레소 짙은 색과 맛은 봄의 들판 한가운데로 나를 데려갈 것이다. 겨우내 숨죽이고 있던 땅이 기운 차리고 밀어 올리는 파릇한 녹차 기운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녹차에 관한 것을 짚고 넘어가면 좋겠다. 녹차에는 두 가지가 있다. 녹차 티백이나 찻잎을 우리는 것과 가루 녹차가 그것이다. 가루녹차를 말차, 마차라고 한다. 중국에서 처음 시작되었지만 지금 중국에서는 말차를 잊었고, 말차가 일본으로 건너가서 (16세기 말 불교와 함께) 오늘날 일본이 맛차 나라가 되었다. 가루녹차의 좋은 점은 아이스크림, 빵, 케이크, 초콜릿 등등 그 활용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그 효용은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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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차 마시기 : 맛차는 옻칠한 차 상자나 자이레라고 불리는 작은 용기에 보관하고 자샤쿠라는 특별한 찻숟가락 또는 주걱을 이용해 찻사발에 담는다. 따뜻한 물을 붓고 자센(대나무로 된 거품을 일게 하는 도구)으로 힘차게 휘저어 표면에 가벼운 거품이 인 옅은 녹색의 액체를 만든다.(인용:차의 지구사/헬렌 세이버리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