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일요일. 지금 무겁게 비가 내린다. 하루 종일 / 일주일 내내 온다는 예보다.
오월의 비는 여름을 재촉한다.
텍사스는 오월이면 초여름 같은 거 없이 여름이었다. 올해 날씨가 참 주저주저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유로든 텍사스의 열기가 늦게 도착한다는 건 좋다. 나는 열기를 쉽게 감지하는 열이 많은 몸이다. 덕분에 먹어서 탈이 난 적이 거의 없었다. 겨울에도 장갑을 잘 끼지 않았다. 나는 손이 늘 따뜻한데 이 손 안쪽에 내 몸의 열선이 깔려있는 모양이다. 날이 더워지는 날 아침이면 내 손바닥에서 제일 먼저 열이 느껴지니 그렇다. 나는 날씨 정보를 보기도 전에 꽤 더울 것을 미리 알게 되는 셈이다. 이런 나에게 손이 차가워진다는 것은 내 몸이 추위 조절에 실패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내 몸 상태가 안 좋다는 것. 그런 날 대부분 나는 감기에 걸렸다.
텍사스에 이사 와서 제일 적응 안 되었던 것이 <열기>였다.
밤사이에도 식지 않는 열기는 참 싫지 않은가. 해가 지면 응당 열이 식는다는 그동안의 경험이 무색해졌던 것이다. 아마 그래서 더 황당하고 의아했던 것 같다. 낮의 온도가 너무 높아 식는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생각을 해볼 법도 했지만 사막처럼 쉽게 식어질 것만 머릿속에 가득했던 것이다. 그 기대를 가지고 새벽 5시쯤 마당에 나갔던 날. 잔디밭에 스프링클러가 돌아가던 시간. 좌절했다. 캘리포니아의 낮의 온도(27C)와 별 차이가 없었다. 기절할 것처럼 그대로 털썩 의자에 주저 않아 짜증을 내었다. 이게 뭐야 대체... 공기가 여전히 따듯하다는 것이 그렇게 싫었다. 스프링클러에서 나오는 물이 내 발까지 와 닿는데 하나도 차갑지 않다는 것이. 에어컨이 돌아가는 집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땅의 열기가 식어서 나무들이 차가워져서 서늘한 새벽 공기, 냉랭한 아침 한기, 해뜨기 전의 쎄하고 아쌀한 아침 그 공기와 냄새와 맛...
5월의 시애틀에서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공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좋았다.
... 그렇다면 열정이 식지 않는다는 것은 어떠한가.
좋은 것인가, 그것만은 예외인가.
열정은 삶의 열기인가, 아닌가.
밤사이 식었다가 아침에 해와 함께 달아올라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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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밤사이는 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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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침은 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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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놈의 <열정>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