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ktist Mar 25. 2024

선물

책과 매화, 53 X 45.5 cm, oil on canvas


 저는 2015년부터 한 쇼핑몰의 문화센터에서 유화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화실 문을 닫은 뒤로 줄곧 집에서 작업을 해온 터라 매주 수요일마다 집을 나서는 것이 무척 설레고 즐거운 일이 되었어요. 한 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담소를 나누고 작업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그림이 참 좋은 취미활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쉽게 몰입을 할 수 있기에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시작부터 완성까지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이 없습니다. 또 어떤 형태로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이다 보니 조금은 높은 차원의 즐거움을 주기도 합니다. 물론 늘 좋은 작업을 추구하기에 내부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지만 가끔 좋은 결과물을 얻게 되면 성취감 덕분에 대부분은 상쇄됩니다.


 오랜 시간 회원님들을 만나다 보니 다양한 개인사와 가정의 대소사도 듣게 되고 희로애락도 함께 나누게 됩니다. 강사와 수강생으로 만났지만 친구처럼 삶의 작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저와 함께 작업하는 시간을 늘 즐거워하시는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이 그림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그림 세 점을 사다리게임을 통해 세 분께 나눠드렸는데 받지 못하신 분들이 너무나 과장되게 아쉬워하셔서 선물을 드리는 입장에서 고맙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답니다. 언젠가는 어떤 이유로든 헤어지겠지만 그때까지는 지금처럼 즐거운 시간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No Woman, No Cr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