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und of palette

전람회 스케치

by Haktist


저는 청소년기에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었습니다. 재능과 끈기가 꿈의 크기에 크게 미치지 못함을 빨리 깨닫게 되어 일찌감치 포기하고 말았지만 음악은 늘 제 삶에 위로와 영감을 주는 존재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십여 년 전부터 그림을 그리면서 즐겨 듣던 음악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그들의 모습을 가끔 그림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이제 그 수가 스무 점 정도 되어 전람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에바 캐시디는 저에게 무척 특별한 분입니다. 40대 초반에 몇 달간 원인 모를 우울감에 빠진 적이 있는데 아내를 비롯한 어느 누구의 조언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에바 캐시디가 부른 true colors를 듣게 되었는데 노래를 듣는 내내 체온보다 몇 도는 높았을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고 그 순간 거짓말처럼 우울한 기분과 작별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따뜻한 노랫말이 위로가 되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제프 벡은 2003년 1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그림은 제프 벡이 70대의 나이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시기에 그렸는데 당시에는 배경이 짙은 어두움뿐이었습니다. 전람회를 위해 오랜만에 그림을 꺼내어 살펴보다가 추모의 의미를 담아 별을 그려 넣어 보았습니다.

게리 올드만이 베토벤역으로 연기한 영화 불멸의 연인을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소년 베토벤은 아버지의 폭력에 의한 강압적인 환경에서 연주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연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어느 날 밤 아버지의 매질을 피해 집 밖으로 도망을 치게 됩니다. 숨이 찰 때까지 어두운 들판을 달려 어느 호숫가에 다다르고 잔잔한 물결 위로 몸을 누입니다. 소년 베토벤을 비추는 카메라가 점점 멀어지고 호수와 들판은 밤하늘로 바뀌면서 소년은 마침내 별이 되어 빛나게 됩니다. 그 장면에서 나오는 곡이 교향곡 9번의 마지막 악장 합창이었던가요. 제프 벡 또한 아름다운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2001년에 개봉한 빔 벤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Buena Vista Social Club을 통해 알게 된 Ibrahim Ferrer, Omara Portuondo 두 분을 그려보았습니다. 저 그림은 Silencio라는 곡을 부르는 장면을 그린 것인데 정원의 꽃들이 함께 울까 봐 자신의 고통을 알리지 말라는 애달픈 내용의 가사를 낭만적인 선율로 표현했죠. 저는 이 곡의 정서를 헛된 사랑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는 노란 튤립을 통해 표현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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