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by Haktist
국화, 72.7 X 60.5cm, oil on canvas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 저 역시 지난주 화요일부터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있어요. 불현듯 글을 쓰지 않은지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오랜만에 끄적여 봅니다. 저희 집에는 두 개의 다락방이 있어요. 집에 다락방이 있으면 저처럼 친구가 적고 집을 좋아하는 사람은 생활이 한층 즐거워집니다. 부수적인 공간이라 식구들의 왕래가 뜸하다 보니 혼자 시간을 보내기 좋기 때문이지요. 두 개의 다락방 중 하나는 완성한 그림과 새 캔버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정리해서 보관하거나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생활용품들로 가득 차있고 다른 하나는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대부분의 물건들로 채워져 있어요. 책상과 이젤, 화탁, 책장, 레코드판을 넣어놓은 진열장과 CD선반, 빅터사의 작은 오디오, 몇 대의 기타와 앰프... 가끔은 내 나이만큼이나 오래된 데다 바스러지기 쉬운 시멘트 벽돌로 지어진 이 집의 다락방이 소유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만 큰 머그잔에 커피를 담아 다락방으로 숨어든 다음 여러 가지 비생산적인 일들을 하다보면 걱정은 어느새 사라져 버리지요. 날씨 좋은 날 창을 열어놓으면 바람을 타고 낮잠이 몰려와 한두 시간은 정신을 못 차리기도 합니다. 해가 짧아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마당에선 가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구절초, 개망초, 쑥부쟁이, 소국 등 아직까지 제대로 구별해내지 못하는 비슷한 모양의 꽃들이 작은 마당을 향기로 가득 채웁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준 다음 집으로 돌아와 예쁘게 핀 몇 송이의 꽃을 꺾어서 작은 꽃병에 꽂아놓았습니다. 연보랏빛의 소국 몇 송이가 비스듬히 다락방의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가을빛과 어울려 근사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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