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필요로 했던건 아주 작은 변화였다.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내 현실과 안주함이라는 큰 돌맹이도 움직인 나였다.
꿈을 이루었고,
남들은 두려워하는 길을 의연히도 걸었다.
막상 걸어온 그 곳에는 상상했던 지옥보다는 훨씬 아늑한 곳이었고,
힘들기는 했지만 상처가 남긴 영광에 비하면 견딜만 했다.
그랬던 내가,
요즘에 필요했던건
내가 이루었던 그 어떤 크고 웅장한 변화보다도,
조약돌만한 작은 변화였다.
열심히 달려오면서도 지치지 않았던
더 무겁고 무서운 선택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았던 나였는데
이상하게도 조약돌 하나가 무겁게 느껴지는 날 들이었다.
내 손아귀에 힘이 부족하지도,
지금까지 바위를 들어본이 없는 것도,
병약해져서 손하나 까딱할 힘이 없어질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조금씩 좀 먹었던 내 영혼과 정신이 마취되듯이 어느 순간부터 나는 조약돌 하나 들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중요한 것은,
늦지 않게 액션을 취하는 것.
내가 무기력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 무기력을 해소하기 위해 나를 위한 어떠한 행동을 하는 것.
처음으로 찾은 상담에서는 내가 의지할 곳이 없어서,
일종의 모든 변화들에 대한 애도기간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아무리 낡고 보잘것 없는 것들을 보내면서도
아무리 대단하고 간절히 바라던 것들을 맞으면서도
이 모든 것은 관계이고, 변화이고, 소화할 시간이 필요한 일들 이었다.
나를 포함해서 사람들은 흔히들 착각을 하는 것 같다.
목표달성이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만 가려서, 뒤에 따라오는 변화와 적응의 시간들은 고려하지 않는다.
나 또한 그리 원하는 자리에 왔는데 내가 왜 힘들지라는 생각으로 채찍질한 것이, 이 사태의 첫 반응이었다.
이전의 내가 좋아했던 나의 모습 몇가지를 다시 지키기 위해서는,
작은 조약돌맹이를 집어 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같은 시간이 잠드는 것, 같은 시간에 잠깨는 것, 정해진 시간에 밥 먹는 것.
그런 작은 조약돌들이 모여서 나의 옛날 모습을 돌려주고,
나의 기분 좋은 변화에 나를 적응시켜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