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몇년을 살아가다보니 깨달은 게 몇가지 생긴다.
물론 이런 깨달음은 살면서 바뀌고, 더 크게 깨닫고, 수정하고, 삭제하고 많은 탈고의 과정을 거치겠지만,
남들은 가지 않는 길을, 멈추지않고, 나스스로에게 떳떳하고자 앞으로 직진해서 나아오면서 느낀점은,
모든 게임에서 끝판왕을 깨기 위해서는 반쯤 미쳐 돌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나오겟지, 이제는 끝판왕을 만나겠지 라는 생각이 아직도 머리 속에 맴돌고 남아있다면,
나는 끝판왕의 근처에도 가지 않은 것이다.
도저히 내가 뭘하고 있는지 모를 때, 날 죽여라, 될 대로 되버려라 싶을 때,
너무 힘들어서 내가 끝판왕을 깨고싶은건지 나를 깨고싶은건지 모를 때,
그럴때야 겨우 내가 끝판왕 근처에 와 있는 것이다.
한 가지 고무적인 일은,
내가 지치고 힘들어 녹다운이 되어버린다고 해서, 모든 게임이 나를 다시 1단계로 데려다 놓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약하고 어릴 때는 내가 녹다운 될때마다 1단계로 내려가서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1단계에서 머무는 시간이 너무 길고 막막하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어느 단계에서 낙다운이 되든, 내가 내려갈 수 있는 레벨에는 한계가 있다.
절대로 다시 1단계에서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레벨업을, 도장깨기를 귀찮고 아무 소용 없다고 생각하고 지난 10년을 보낸 이들은
아직도, 이 나이에도, 이 시기에도, 낮은 레벨에 있을 뿐 아니라 낙다운 되는 순간 다시 1단계로 돌아간다.
돈이나 명예의 레벨을 말하는 게 아니다,
강인함, 지혜, 노하우, 꿈에 다가가는 단계, 셀프 힐링, 지구력, 나에 대한 확신 등에 대한 레벨을 이야기한다.
즉, 이러한 원리를 빗대어 볼 때에는
지금 당장은 아무리 내가 제자리 걸음이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지난 번 판에서 낙다운 된 곳에서 다시 무너지고 똑같은 실수를 해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할 지라도,
그것은 그 레벨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 뿐이지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니다.
사람은 우상향으로 부드럽게 성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계단식 성장 형태를 보이는 모든 일들에는 정체기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정체기에서는 그냥 손놓고 치팅데이하고, 어차피 발전이 없으니 잠시 쉬어가도 된다고 멈추는 것이 맞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휴식이 필요하다면 성장률이 가파를 때보다는 주춤할 때 자기를 아끼고 살피는 일이 효율적이긴 하겠지만,
계단식 성장 패턴에서의 정체기는 말 자체가 잘못되었다.
정체가 아니라 여전히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방향이 x축인지 y축인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어차피 우상향의 가파른 기울기로 성장하려면,
x축으로도 y축으로도 성장해야한다.
다만 x, y축으로 동시에 느리게 성장하는 것이 사람이라면 이 세상에는 더욱 위대한 위인들이 많을 것이다.
나아가는만큼 다 성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인생은 x축과 y축 둘 중 한 방향으로만 움직일 수 있다.
x축으로 끊임 없이 걸어가고 있다고 해서 내가 정체중이거나 멈춰있거나 성장하고 있지 않는 것은 아니다.
y축 방향으로 높게 뛰어 오를 점프 준비대를 찾아 걸어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끝판왕을 만나길 바라지 않는다.
아직 그럴 만큼 많은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하지 않기 떄문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불과 1년 전의 나보다는 엄청나게 많은 점프를 했고, 레벨을 깨고 이 자리에 왔다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나는 다시는 그 때로 돌아가지 않는다.
설사 잠시 멈춘다고 할지라도,
낙다운 되어서 다시 초기화된다고 할지라도,
나는 절대 그 때의 나까지는 추락하지 않는다.
그 시절 그 때 가만히 있던 이들과 starting point 자체를 다르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인생이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내 생각에도 인생은 불공평하다.
하지만 완전히 그러하지는 않다.
불공평하기만 하다면, 누가 재미없이 이 세상을 한 생을 열심히 살아내겟는가.
얄밉게도 인생은,
적당히 공평하다.
깔끔히 포기해버리기에는 인생에는 공평한 일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