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쿠나마타타 Nov 29. 2016

울기 좋은 날씨

길을 떠나 길에서 찾은 길을 닮은 해답




오늘은 길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얼마 전, 홀로 여수를 떠나던 날,

토요일 이른 오후의 날씨는 짖궂기만 했다.


원래부터 눈물이 가득 고인 아기의 눈망울 처럼 언제 빗방울을 뿌릴지 모르게 흐리기만 하더니,

남해고속도로를 따라 광양에  들어서자 마자 이내 한 두방울 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즐거우려고 떠나온 길이 아니었음에, 내리는 비에도 나는 아랑곳 않는다 생각했다.


다만 집에서 멀리 벗어날수록 노골적으로 보이는 나의 못난 모습에,

더이상은 고통에 대해 남을 탓할 수 없을만큼 내가 철이 들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에 나는, 한 번 더 외로워진다.



그래서인지 먹구름이 가득 찬 하늘이, 

툭툭 소리를 내며 내 차 앞유리를 때리는 빗방울들이,

앞 차의 브레이크 등의 붉은 빛을 반사시키는 유리에 맺힌 겨울비가,

왠지 밉지만은 않았다. 

제 멋대로 흩어져 있는 내 마음과 어딘가 닮아서 였을까?


이런 식의 여행이라면, 비가 내린다한들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만 같았다.




1박 2일의 짧은 여정은 정신없이 지나갔고,

나는 생각보다 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돌아가야할 곳이 있는 나는 길을 재촉해 원래 내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내가 돌아가던 그 날, 

나를 놀리기라도하듯 하늘은 그렇게 맑을 수 없었고, 나들이 가기에 가장 좋은 날씨로 개어가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들 하지.

나는 그 중에서도 심하게 날씨에 의해 쥐락펴락 당하는 여자라 자부한다.

콧노래도 흥얼거리고 , 귀가 아플만큼 크게 튼 음악으로 차를 가득 채우고 신나게 소리지르며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그래, 비 좀 왔으면 어때?

그래, 나 좀 힘들었으면 또 어때?

가끔 이렇게 떠나도오고, 노래도 듣고, 쉬어가기도 하면서 할 수 있는데..

난 괜찮아. 괜찮아. 

지금 겪는 일쯤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엄살 떨지마.



화창히 게인 하늘이 

날 응원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나는,

정신이 미친 여자처럼 따라부르던 노래 속에 흐느낌이 섞여 나오는 것을 느꼈다.

미세하던 흐느낌은 10여 분도 채 되지 않아,

악으로, 한으로 울부짖는 소리가 되었고 나는 굳이 그 울음을 참으려 하지 않았다.


아니, 


더 크고 절망적인 사람처럼 울어댔다. 머리가 아프고 체력이 소진되 현기증이 나더라도.

울음이 그쳐가고 진정이 되어감을 느끼더라도,


썩은 고름을 짜내는 사람처럼 일부러 내 가슴 깊이 있는 울음까지도 이번참에 다 짜내겠다는 듯이

소리쳐서 울고 악쓰고 분노했다.







왕복 600키로를 달려내리던 여행에서도,

그 목적지에서도,

사람에게서도,

내 일기장에서도,

찾지 못했던 해답이 


그저 내 울음안에 있었다.


나는 전혀 괜찮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많이 힘들고,

그 보다 더 많이 외롭고,

그 보다도 훨씬 더 많이 불안하고, 초조했다.


사랑을 갈구하던 내 모습은,

사랑을 적게 주는 내 옆의 그 사람탓이 아니었다.


아무리 받아도 만족하지 못하던 내 모습은,

받는 것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하고 추궁하던 내 모습은,

그의 행동이 어딘가 어색하고 의심스러워서가 아니었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타인에게 사랑을 갈구했고,

나는 내게 충분한 보살핌을 주지 않아서 남에게서 그것을 받으려 했으며

나는 나를 완전히 믿지 못해서 남을 의심하며 내 주의를 흐트러 뜨리려 했던 것이다.







여름 날 하루종일 더위에 지쳐있다가 집에돌아와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한 바탕 한 느낌이었다.


고속도로에서 그렇게 통곡하고 난 후의 내 느낌 말이다.


비록 마스카라가 번져 삐에로 같아도,

목이 쉬어 쇳소리만 나왔어도,


거울 보고 웃을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우스웠고,

다시 사랑스러워졌고,

앞뒤없이 달려드는 모습이 퍽 마음에 들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여,

슬퍼지고 싶어서 슬픈 노래를 듣는가?

기쁘고 싶어서 햇살 좋은 날 나들이를 나가려는가?

외로워지고 싶어 평일 오후 빈 까페에 앉아 턱을 괴고 공상에 빠지려 하는가?

기억도 안 날만큼 오래 전에 떠난 누군가를 그리워하고싶어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는가?


지금 당신이 느끼고 싶은 감정을 위해 무언가 하고있다면,

당신은 이미 그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비가 오는 날의 도로 위에서,

발라드를 들으며,

신세한탄을 할 때도 찾아오지 않던 내 진심이.



미울만큼 이쁜 햇살이 흐드러진 고속도로 위에서 발견되기 까지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때로 우리는 소중한 사람의 소중함을 잊는다고 한다.

누구라도 행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문득 나는,

나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다는 것을 꺠달았다.


그래서 내 울음은, 햇살이 따뜻하게 비춰올수록, 

차창 밖의 풍경이 그리도 아름다울수록,


더 숨기지 못하고 악을 쓰고 그리도 울어댔던 것이다. 



2016년 11월 29일

"내일은 스마트시티 관련해 은사님을 뵙기로 한 날이다..

잘쓰지도 못하는 글이나 끄적일 시간에 공부를 해야하는 것을..."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춘기 직장인






작가의 이전글 지금 나는, 나에게 여행 와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