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되는 순간 헤어나올 수 없지만, 매몰되기 위해 태어난 듯한 존재
그래, 사람 참 우습지?
세상에 비극은 셀 수 없이 많다.
사람들은 그 비극에 조소를 날리기도, 어설픈 위로를 남기기도, 그리고 무책임한 동정으로 눈물 짓기도 한다.
그 사람들의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올 수 있다면..
아니, 우습게도 그들도 그들 감정을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조차 본질을 보지 않고, 난 지금 이러이러 해야한다. 나는 이렇게 느껴야하고, 내가 그러하단걸 내 옆사람이 지금 당장 알아야 하니까..
다들 연극 같은 삶을 살면서 누가 더 리얼한 맹연기를 펼치는지 대결이라도 하는 듯이, 혹은 귀신이라도 씌인 듯이 모두다 뻔한 과정과 결말을 안 보이는 척 위선 속에 살아간다.
예전부터 떠올려보면 나는 항상 나만의 세계가 있었던 것 같다. 고집이라 부를 수도 있고 감수성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이십대의 후반에 흔하디 흔한, 아니 어쩌면 누군가는 행복한 소리 하지말라는 대기업에서 조직생활을 하며 더욱 느끼는 것은, 난 이 곳의 다른 사람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그래왔다. 그래, 사람 참 우스웠다.
다르다고 자부심을 가지지만 달라질 용기는 없는 사람.
누군가를 손가락질하고 나와는 다른 부류라 업신여기며 곁에 가지 않으려 하면서도 그 사람의 행태와 별반 다를 것 없이 나이들어 가는 나.
그래, 사람 참 우습다.
여지껏 항상 나는 내 삶에서의 주변인 이었다.
어느 한 부류나 스타일에 속하지 못했다.
여러가지를 동시에 가졌고, 모든 순간에 매몰되어 최선을 다했지만 순간이 끝나고 뒤돌아보면 또 다른 모습의 자아가 내 속에서 위로해 달라고 아우성치고는 했다
세상 해맑게 술마시고 놀던 방황하던 시기에도 순간에 매몰된 뒤 터널에서 빠져나온 듯한 기분이면 항상 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현재의 소진적인 쾌락보다는 나중을 기약하는 투자를 하겠다는 명목으로.
반대의 경우에도 같았다.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성격이고, 무얼 좋아하고, 무얼 편안해하는지..
유독 혼란스러운 시간들을 보냈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이대로라면 끝나지 않을련지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라고 하지만, 그리고 그러고 있지만.
가끔은 나의 소속감이나 나의 일관성이 도출되지 않음에 있어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어떤 삶의 모습에서 내가 가장 행복할지, 나와 가장 잘 맞을지,
가시 밭길을 걸어가 목적지에서 황금을 쥘 수 있다면 이 순간에 기꺼이 출발해야한다고 굳건히 믿지만,
그런 상황과 그런 사람들을 애타게 찾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직 여기 이렇게 앉아있지 않은가
어쩌면 나라는 사람 자체가 모순의 덩어리일지 모른다.
그리고 내가 차는 그 '나의 스타일'이라는 것을 언제라고 찾을 수 없을 지 모른다.
이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살아야 하지만,
매일 매일을 단위로 해 나를 조여오는 주변의 모든 상황들이 나의 사고 능력을 정지시키고 팔, 다리를 자른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주저앉히는 건 어찌됐든 상관없다.
내 팔 다리를 자르면 난, 이 족쇄에서 벗어나도 걷고 뛰지 못한다.
내가 나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큼 어려운 선택도 없다.
현실과 이상 사이, 자애와 사회성 사이, 나와 너 사이.
이따위 고민을 안고 살아가게 태어난 나를 원망하지만,
이 원망의 순간에도 나는 나니까.
사람, 참 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