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와 별똥별

by 하쿠나

돌고래는 주로 새벽에 활동을 많이 한다. 먹이를 잡기 위해 수면 가까이 올라오기 때문에 돌고래 워칭도 새벽즈음에 하게되는 것이다.
지난 며칠 간 머무르던 발리섬 북부의 작은 어부마을 로비나는 사실 돌고래 워칭으로 유명한 곳이다.
꽤나 한적한 마을이지만 오로지 돌고래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로비나에 온 것은 다이빙을 한 후 롬복섬으로 이동하기 위해서였으므로 돌고래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롬복섬에 있는 길리 트라왕안으로 이동하던 이른 아침, 보트에서 바다를 멍하니 보고 있는데
갑자기 시야에 뭔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꿈뻑꿈뻑. 뭐였지 방금? 하는 순간 이번엔 제대로, 돌고래가수면 위로 뛰어오르는걸 봤다.


저기 어딘가에 분명히 내가 봤어, 돌고래



친구에게 "돌고래야!" 라고 소리치며 돌아봤지만 그녀는 이토록 흔들림이 심한 배 위에서 딥슬립을 취하고 있었다.
바다에서 돌고래는 처음이라 계속 보고 싶어 아까 봤던 그 곳을 계속 응시하고 있었지만 돌고래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토록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서 금방 봤던 곳에 돌고래가 또 나타날리가 없음에도 한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면 방금 만났던 행운이 다시 한 번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




10년 전 캄보디아에 한 여름밤이었다. 그날 무슨 유성우가 이 떨어지는 날이었는지 몇 분 간 하늘에서 비가 내리듯 별똥별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처음 별똥별을 봤을 땐 너무 당황해서 소원을 못 빌었고, 다시 볼 땐 제대로 소원을 빌어야지 싶어서 처음 봤던 그쪽 하늘을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왠지 여기 저기 기웃거리면 다 놓쳐버릴꺼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별똥별이 같은 곳에 또 떨어질 리 만무하다. 그걸 알면서도 같은 곳에 같은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나보다.

난 미련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 오죽하면 나를 미련킴이라고 부르는 친구도 있을 정도이다.
사실 내가 애써서 얻기보다는 거저 찾아온 운이 꽤 많았는데, 내 손에 쥐어졌을 땐 소중한 줄 모르다가 그 운, 그 때가 지나가버린 후에야 아쉬움에 마음을 동동 구르곤 했다. 그리곤 그 기적같은 찰나가 나를 다시 찾아와주길 바라며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고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는 ‘지금, 여기' 나에게 찾아온 또 다른 선물일지 모를 오늘 나의 상황과 사람들에게 소홀히 하곤 한다.

바다 위에서 만난 돌고래는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볼 수 없다. 잠깐일지라도 우연히 마주친 것에, 그 찰나에 서로를 알아봤음에 반가운 마음을 가지면 된 거다. 별똥별도 기적같은 순간이지만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어디에선가 살아있었다는 반짝임을 놓치지 않은 것에 인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으로 충분하다.

억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인연이라면 혹은 당장에 가질 수 없는 꿈이라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서성 거리기보다 그대로 흘러가게 놓아주는 것이 내가 지금을 마주하는 지혜로운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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