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종종 돌아가고 싶은 때를 떠올릴 때가 있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넘어가는 때 인도에서 살았던 적이 있는데 짧다면 짧고 적당하다면 적당한 2년간의 해외 생활은 나에게 지금까지도 큰 자양분이 되고 있다.
종종 그 2년이 너무 짧았다 생각이 될 때가 있다.
몇 년만 더 있었더라면, 성인이 될 때까지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때는
주로 20% 아쉬운 나의 영어 구사능력과 한국의 주입식 교육의 산물로 살아갈 때다. 네이티브 수준으로 영어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인도에 살았었다면 지금 나의 고민이 좀 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인도에서 국제 학교를 계속 다녔더라면 지금만큼 틀 밖으로 사고하지 못하는 일도 주변 시선 의식도 좀 덜하지 않았을까? (사실 어디에 살든 이미 글렀는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는 2013년에서 2014년으로 넘어가는 때 치앙마이에서 살았었는데 대학원 과정 중 하나로 여성인권단체에서 6개월 간 인턴쉽을 했었다.
다니던 직장에서 휴직을 했던 터라 공부가 끝나고 무엇을 할까 하는 고민을 100% 할 필요가 없었다.
돌아갈 곳이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당시 너무나 돌아가고 싶은 매력적인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옵션이 주어진 것은 더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을 핑계 거리를 주었다.
그 때 한국으로 돌아왔던 것이 참 오래도록 후회가 되었다.
한국에 와서도 6개월이 넘도록 치앙마이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추억들을 그리워했다. 출근 길 지옥철에서 잠시 눈을 감으면 일요일 아침 스쿠터를 타고 도이 수텝 산자락을 달리는 장면이 아련했다.
한동안 그렇게 치앙마이를 마음 한 켠에 두고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그곳을 떠난 것은 정말 큰 실수였다며 매일 매일 되뇌었다.
사실 2016년 다시 태국으로 오게 된 것도 한 번 더 공부를 하고, 또 직장을 구한 것도 2014년 치앙마이에 두고 온 아쉬움의 한 자락이다. 미련을 그대로 둘 수가 없어서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다음 달 나는 다시 태국을 떠나게 되었다.
이번엔 인도를 떠났을 때나, 치앙마이를 떠났을 때와 다르게 나의 의지와 결정이 크다. 4년 전과 다르게 2018년의 태국은 조금 외로웠다. 아프기도 했다. 가족도, 친구도, 사랑하는 사람도 없는 곳이다.
이번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만 같다. 한국이 특별히 좋아져서가 아니라 2014년 치앙마이에 두고 온 미련을 완전히 보내줄 만큼 태국에서 내가 가보고 싶은 길을 가보았기 때문이다.
가보지 않은 길은 왠지 더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는 걸 아주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한국에서 다시 생활인이 되고 직장인이 되면 분명 그리워질 태국 생활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 길을 가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