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라고 해야 할까, 이제야라고 해야 할까. 토토를 만날 시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토토는 나와 DW 주니어의 태명인데 별 뜻 없이 부르기 쉽게 지은 것 같지만 사실 의미가 있긴 하다 (하지만 역시 부르기 쉬워서 채택된 것도 있다). 탄자니아에서 몇 년간 살았던 DW는 스와힐리어를 조금 하는데 토토 (Mtoto, 앞에 m은 단수를 뜻함)는 스와힐리어로 '어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주니어, 그래서 우리의 어린이 토토. 또 하나 토토 이름의 유래(?)가 있다면, 토토가 생긴 걸 알게 되었을 즈음 로또가 당첨되는 꿈을 꿨었다. 그렇다고 태명을 로또로 부르기에는 너무 속물적인 것이지 않겠는가! 그러나 의식의 흐름대로 로또에서 (스포츠) 토토로, 그러다 스와힐리어로 나름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토토로 쉽게 결정이 났다.
농담 삼아 토토의 본명을 토토로 할까 이야기해본 적이 있다. 흙 토 (土) 자를 두 번 써서, 우리는 모두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 라는 어떤 물아일체적 세계관을 가진 한자 의미를 부여하고 아빠 성 엄마 성 따를 것도 없이 성은 토요, 이름도 토라고 지을까 하다가 토토에게 평생 원망 들을까 봐 접기로 했다.
이제 더 이상 토토의 본명 짓기를 미룰 수 없는 때가 왔다. 나의 이름 짓는 기준은 해외에서 생활할 때 외국인이 부르기에도 쉬울 것. 흔하지 않을 것. 너무 여성스러운 느낌이 나지 않을 것. 영어로 적었을 때도 심플하고 예쁠 것 등이 있다. 사실 이름이 의미가 중요한데, 일단 부르기 쉬운 이름을 먼저 작명하고 그 후에 뜻을 부여하려 한다. DW는 나처럼 조건이 많지는 않으나 부르기 쉬운 이름을 짓는 것에 동의하고 몇 가지 후보를 생각해보았다.
DW가 1,2순위로 밀고 있는 이름이 하나 있는데 부르기는 쉬우나 지난 5년 간 한국에서 여아 이름 순위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한 것으로 보았을 때 '흔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서 탈락.
내가 생각했던 이름 두 개는 영어로 써도 이쁘고 부르기 쉬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한글, 한자로 써도 이상하지 않으나 뭔가 2% 빠져있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 든다. 또 흔하지 않은 것은 좋은데 왠지 모르게 부르기 쑥스러울 것은 뭐람. 평범한 것은 싫지만 너무 튀는 것도 싫은 심보인 건가.
작명소에서 받는 것도 싫고, 어른들한테 '얘 너무 튀는 것 아니니' '입에 안 붙는다' 한 소리 듣는 것도 싫다. 토토처럼 우리 둘의 마음에 쏙 드는, 입에 착착 붙는 이름이 우리를 찾아왔으면 좋겠는데 역시나 평생 불릴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책임감이 드는 숙제였다. 이렇게 결정을 못내리다가 후보이름을 모두 미들네임으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른다. 남미 사람들처럼 아빠 성 엄마 성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처럼 이어지는 이름들. 그런 뜻에서 후보 이름을 다 나열해본다.
임 사라하은태이조이해인하루사랑이든수하엘리사이레다온...과연 토토 너의 이름은 이 중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