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가 뒤집고 싶을 때
인생 좀 즐기는 5개월 아기
"우리 아기가 좀 느려서..."
왜 그 말이 튀어나왔을까. 뱉어낸 순간 나의 토토에게 미안했다.
5개월을 꽉 채워가던 때쯤 우연히 토토 또래의 아기를 키우는 중학교 동창을 만났다. 그 맘 때쯤 아기 엄마들이 나누는 대화가 잘 먹냐, 잘 자냐, 몇 키로냐 (그러나 대부분 우리 토토를 보면 묻지도 않고 '잘 먹는구나'를 짐작하고 과체중을 의심하는데 그 짐작과 의심은 완벽히 들어맞는다)를 비롯해 뒤집는지 되짚는지 앉는지 기는지 등 현재 발달 상황을 물어보기도 한다.
그날도 비슷한 주제로 대화가 오갔을 테고 동창의 아기는 앉기도 하고 기는 걸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우리 토토는 아직 뒤집지도 않아. 우리 아기가 좀 느려서..."
뒤에 말은 하지 않았어도 됐다. 왠지 느린 것이 문제가 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말은.
그보다 훨씬 전, 토토가 100일쯤 되었을까. 형님+아주버님 댁 아기가 토토보다 딱 1주일 먼저 태어났는데 어머님을 통해 그 집 아기는 벌써 뒤집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다.
'벌써 뒤집는다고? 그럼 토토도 곧 뒤집겠구나!'
하지만 그 후 두 달이 지나도록 토토가 뒤집는다는 소식이 없다.
토토가 뒤집고 앉고 허리를 가눌 수 있는 걸 보는 게 신기하고 대견할 것 같긴 하다. 하지만 토토는 토토의 때가 있고 토토도 나름의 뒤집고 싶은 기분이 들 때 뒤집고 할 것인데 아기 월령별 발달을 책에서, 인터넷에서 접하다 보면, 무엇보다 주위 아기 이야기를 듣다 보면 괜히 "아, 조만간 이걸 기대해도 되겠는걸, 근데 왜 우리 아기는 아직이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엄마가 되면 하지 말아야지 마음먹었던 것들이 몇 개 있는데 하나는 카톡 프로필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 아기 사진으로 도배하지 않을 것 (그렇게 하는 엄마들도 존중한다. 왜냐면 아기가 생기고 보니 그렇게 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일단 내 새끼가 너무 귀여워버리니까!), 다른 아기와 비교하지 않을 것, 특히 우리 아기가 좀 느리거나(느리다면!) 다르다고 해서 조바심 내거나 걱정하지 말 것 등이 있다.
아직은 조바심이 나지 않는다. 궁금하긴 하다, 토토의 때가. 진심이라면 그 말은 역시 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보단 '우리 아기가 천천히 인생을 즐기는 중이야'라는 말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