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와 풍선, 그리고 오늘의 뻔한 다짐

by 하쿠나

며칠 전, 꿈 투사를 하는 지인과 꿈 해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몇 가지 오브젝트에 대한 상징을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자동차가 나오면 (자동차가 보이거나, 운전을 하고 있거나, 자동차를 타고 있거나) 개인적/사적 영역에 대한 상징인 것이고 버스나 트럭 등 몸집이 크거나 대중교통이 나오면 공적인 공간에서의 관계/이슈를 뜻하는 것일 수가 있다고. 한동안 꿈을 안 꿔서 (기억하지 못해서) 이상하다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얼마 있다가 드디어 꿈을 꾸게 (기억하게) 되었다.


킥보드를 타고 내리막길을 미친 듯이 달리는 꿈.


그분이 말한 상징적 의미를 참고하자면, 개인적 공간인 자동차도 아닌, 1인 혹은 기껏해야 2인을 태울 수 있는 스쿠터나 자전거도 아닌 겨우 한쪽 발만 받칠 수 있는 킥보드에 몸을 의지해서 당장이라도 사고가 날 수 있을 법한 스피드로 내리막길을 탄 것이다. 그 내리막길 도중에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내 생에서 꽤나 중요한 사람들을 지나쳤던 것 같다. 무슨 이유에 선지 지나쳐 버린 사람들을 아쉬워하는 마음도 살짝 기억이 나는 것도 같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느낌이 들었던 것은 속도를 조절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긴 했지만 그래도 넘어지진 않을 거다, 사고가 나진 않을 거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근거 없는 긍정이라기보단, 결국 나를 붙잡아주는 어떤 큰 힘, 일이 잘못 굴러가진 않을 것이라는 어떤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하필 그런 꿈을 꿨을까.




오늘 족자카르타는 바람이 꽤나 많이 불었다.

거리에서 풍선을 파는 아저씨를 지나치게 됐는데 엄청난 바람 때문에 풍선들이 몸 둘 바를 모르고 사정없이 부대꼈다. 가느다란 실에 묶여있던 풍선들이 투덕대는 걸 보며 문득 저 풍선이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심 없이 여기저기 바람 부는대로 흩날리는 모습이 나 같았고, 팽팽하게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외부 자극을 잘못 받으면 언제라도 뻥-하고 쭈구리가 될 것 같은 위태로움이 보였다.


그런데 왜 하필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나는 심리를 좀 아는 사람도 아닌 데다 주로 근거 없고 별 일 없는 해석을 즐겨하곤 하는데 일련의 생각/사건들을 통해서 지금 내 상태에 대해 되돌아보았다.


태국에서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다가 또 새로운 나라에 와서 그간과 다른 환경에 적응하며 무의식적으로 심적으로 많이 쫓겼던 것 같다. 게다가 내향성이 강한 내가 뜻하지 않게 쉴 틈 없이 새로운 사람들과 계속 시간을 보내면서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었지 않았나 싶다. 나란 사람은 나 혼자만의 시간/공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면 운영이 안 되는 사람이고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에너지가 채워지는 사람인데 되지도 않게 기름도 안채운 차로 계속 굴러가려고 애쓰다 보니 무의식이 작용하여 이런 꿈과 생각을 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과한 해석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를 잘 운영하고 유지하려면 필요한 사색인 것 같다.


다음 주부터는 나를 좀 더 신경 쓰고 돌봐야겠다는 뻔한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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