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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 Jan 29. 2020

8개월 아기와 취업준비

요즘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두 직장을 거쳐 세 번째 직장을 찾고 있다.

가장 오래 있었던 곳은 첫 직장이었는데 애증의 마음을 가지고 오래 다니다 2016년에 끝내 퇴사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재취업활동의 첫 지원회사가 바로 이곳이다.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는 연인처럼 나는 나의 첫 애인(직장)에게 뜨겁게 빠졌다가 마음이 짜게 식었다가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으로 만남을 지속했다가 역시 우린 인연이 아니야 했다가 결국 한 번만 더 만나보자 하는 심정으로 재입사를 시도하고 있다. 몇 년 떨어져 있으면서 다른 남자도 만나보니 너만 한 애도 없었다면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지원한 곳은 재외 공관. 두 나라 모두 한 번도 가보지 않았고. 나의 경력과 무관하고 한 번도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분야는 아니지만 해외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점과 그 외에 몇 가지 조건들이 맞아서 지원하게 되었다. 덧붙여, 많은 직장 경험은 없지만 깨달은 한 가지가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것이기에 꼭 나의 이상형 조건에 맞지 않더라도 소개팅에 나가보는 심정으로 지원해보았다(꼭 이렇게 기대 없이 소개팅에 나갔다가 운명의 상대를 만나기도 하지 않는가!).

글쓰기의 편의를 위해 첫 직장을 A, 두 번째 B, 세 번째를 C라고 하자.

A는 거짓말을 조금만 보태니(좋았던 기억만 소환하자) 술술 쓸 수 있었고 B와 C는 처음 도전해보는 분야이다 보니 역시나 지원동기를 쓰는 게 어려웠고 향후 계획 쓰는 데에는 머리를 쥐어짜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자소설도 아무나 쓰는 게 아니었다.

셋 다 현재 진행 중이니, 나의 생각정리를 위해 간단히 장단점을 적어보기로 한다.

A.
장점:
1) 7년이나 다녔으니 적응에 쓸 에너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렇게 비축한 에너지는 워킹맘이 되면서 소모될 멘털 관리에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2) 좋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사실 이게 굉장히 큰 장점인데, 말만 통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단점:
1) 한 번 헤어진 커플은 같은 이유로 또 결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 출퇴근이 고달플 것이다.
3) 해외출장이 잦을 가능성이 농후한데 토토와 일주일 넘게 떨어져 있어야 할 일이 잦을 수도...
4) 한국에서 일하는 것...

COMMENT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다.

B.
장점:
1) 휴양지!!!!!
2) 남편과 내가 둘 다 할 일이 있다.
3) 당장은 아니지만 토토가 영어를 배우는 데 좋은 환경이다.
3) 한국과 가까워 가족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다.

단점:
1) 업무의 불확실성. 업무량이 어마어마할 수도 있고, 진상 상사 혹은 클라이언트를 대응해야 할 수도.
2) 자아실현이 모예요? 먹는 거예요?

COMMENT
일은 일일 뿐. 비전과 직장을 분리한다면 나쁘지 않을 수도.

C.
장점:
1) 만약 기존 커리어를 연결시키고 싶다면 B보다는 희망적.
2) 일이 많지 않다는 첩보를 입수.
3) 월급이 많은 편은 아니나 세이브할 수 있는 조건이 됨.
4) 자연환경이 아름답다고 함, 내 돈 주지 않고 나의 로망인 잔디마당 있는 집에서 살 수도 있음.

단점:
1) 너무 멀다.
2) DW가 할 일이 없는데, 우리 모두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

COMMENT
조건이 베스트는 아닌데 왜 때문에 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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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적다 보니 어느새 A사의 면접을 보게 되었고, B와 C는 감감무소식인걸 보니 서류 '광탈' 되었나 보다. 그래도 면접은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서류에서부터 어필을 하지 못했나 보다. 떨어져 보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B 사였다. 평소 크게 호감을 갖지 않던 나라이지만, 휴양지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니까. 게다가 해당 보직이 꿀보직이라는 말이 있어 괜히 아쉽다. 하지만 내 자리가 아니라면 아닌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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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에서 필기시험과 면접을 보고 왔다. 면접 질문 중 내가 뽑은 예상 질문과 일치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출장이 많은데 소화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지원자가 남자였어도 이 질문을 할까 싶은 의문이 있지만, 일단 접어두고. 나 역시 고민이 된 부분이었다. 토토를 두고 일주일, 길게는 3주에서 한 달까지 가는 출장도 있다는데. 나는 토토와 떨어질 수 있을까? 일을 시작하면 친정이든 시댁이든 어린이집이든 아가를 맡겨야 하는데, 나와 다른 육아 방식으로 부딪히지는 않을까? 아무래도 돌 까지는 내가 보는 게 맞을까? 돌 까지 4개월이다. 어차피 떨어져야 한다면, 조금 일찍 분리해도 괜찮지 않을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든다. 그리고 한편으로 나는 토토와 떨어질 준비가 되어있는가도. 어쩌면 토토가 아닌 내가 분리불안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토토를 떼고 나가며 자유를 만끽할 수도 있지만.

많은 질문들은 일단 합격일까지 넣어두기로 한다. 합격, 혹은 불합격 통지를 받는 순간 드는 맨 처음 마음이 있을 것이다. 다시 일하게 되어 기쁘거나, 토토와 떨어지는 게 가슴 저미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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