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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후 Apr 05. 2018

영화 단평 <콰이어트 플레이스>

양가적 의미의 '제한된 소리'


<나는 전설이다>를 연상케 하는 현대 좀비물의 문법을 바탕으로 했지만, '바이러스' 대신 '소리'를 공포의 매개체로 삼은 <콰이어트 플레이스>. 소리에 반응하는 괴생명체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소리도 내선 안 된다는 극 중 설정에 어울리게 영화는 극도의 고요함으로 가득하다. 음향효과가 전무한 건 관객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주기에 부분적으로 음악을 들려주고 적당한 소음을 넣어 이완 효과를 노렸다. 이렇게 구축된 '소리가 제한된 상황'은 그 자체로 시네마틱한 경험을 제공한다. 아마 집에서 혼자 보는 건 극장에서 감상과는 천지차이일 것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보며 바로 떠올린 영화는 <우주전쟁>이다. <우주전쟁>은 9.11의 공포를 외계인의 침공으로 은유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양가적 의미의 소리를 건넨다. 현대 사회의 엄청난 소리(이건 단순히 소음을 뜻하지 않는, 미디어까지 포함한 의미다)가 사회를 잡아먹었다는 생각도 들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말라는 트럼프 시대의 광기란 해석도 가능하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겟 아웃>, <잇 컴스 앳 나잇>, <팔로우> 등 공포의 효과와 사회의 공기를 같이 담은 수작 호러 계보에 잇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회를 거울로 비추는 장르는 역시 호러가 제격이다.


2018년 4월 4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콰이어트 플레이스> 언론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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