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이 구축한 세 번째 지옥도
나홍진 감독은 <추격자>와 <황해>에서 인간이 불편해하는 세계를 탐구했다. 새로이 찾아간 곡성도 원인 모를 죽음이 들끓는 기이한 공간이자 지옥이다. 그는 계속되는 살인사건에 토속신앙과 기독교라는 안 어울릴 법한 텍스트를 섞어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연쇄 참극과 의혹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곡성>의 전개는 끊임 없이 관객의 확신을 의심하도록 유도한다. 의문이 빚은 매혹은 때론 과잉스러워 자기과시에 가까울 정도로 으스대는 인상도 준다. 몇몇 장면은 영화 속에서 관객과 걸었던 약속의 범주를 넘어버려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초현실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곡성>은 <살인의 추억>의 마술적 리얼리즘 버전 같은, 또는 <검은 사제들>의 엑소시즘과 배다른 형제처럼 다가온다. <살인의 추억>이 한국 현대사의 공기를 재현했다면, <곡성>은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에 호소하는 차이가 있다. <검은 사제들>의 엑소시즘에 한국적인 메타포가 드리워졌다면, <곡성>은 일반적인 상징으로 치환한다는 점도 다르다.
나홍진 감독이 만든 이번 지옥도는 인공적이고 인위적이라 공감은 안 간다. 그러나 강렬함과 세기가 넘치는 세공술엔 다시금 감탄했다. <곡성>엔 근래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야심과 작가만의 인장이 선명히 박혀있다.
2016년 5월 3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곡성> 언론시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