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떨어진 채로 해외에서 복무하던 군인 마르쿠스(매즈 미켈슨 분)은 갑작러운 열차 사고로 아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어느 날 실의에 빠진 채로 사고에서 살아남은 딸 마틸드(안드레아 하이크 가데베르크 분)와 지내던 마르크스 앞에 통계학자 오토(니콜라이 리 카스 분)가 나타난다. 그는 열차 사고가 갱단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가 계획한 테러라고 주장한다. 그 사실을 들은 마르쿠스는 자신만의 정의로 범인들을 심판하기 위해 나선다.
영화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는 복수극이다. 멀게는 찰스 브론슨의 <데스 위시>(1974)의 영향을 받았고 가깝게는 리암 니슨의 <테이큰>(2008)으로 시작해 <더 이퀄라이저>(2014), <더 건맨>(2015), <존 윅>(2015), <노바디>(2020), <캐시트럭>(2021)으로 이어진 건드리지 말아야 할 중년 남성이 주인공인 복수 스릴러의 계보에 속한다.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의 접근 방식은 사뭇 다르다. 보통의 복수 스릴러는 인과 관계가 명확히 드러나며 악을 응징하는 과정을 강한 폭력성으로 그리곤 한다. 주인공은 절대 머뭇거리거나 약하지 않다. 반면에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는 복수, 폭력, 남성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영화는 복수극의 구조를 빌리되 두려움과 무력함, 결핍과 아픔으로 가득한 인물들을 통해 '슬픔과 분노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다른 시각으로 복수의 윤리를 묻는다. 그리고 해답을 유사 가족을 형성하며 서로를 구원하는 모습, 바꾸어 말하면 가족, 집, 연결의 가치에서 찾는다. 말하자면 할리우드 액션 히어로 영화에 반하는 안티 히어로물에 가깝다.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는 우연과 필연이 실타래처럼 엉킨 우리의 삶에서 과거를 어떻게 극복하고 어떤 미래를 만들어 나갈지를 성찰한다. 영화의 예상치 못한 전개를 보노라면 "1980년대의 코엔 형제가 <테이큰> 부류의 복수 스릴러를 만들었다면 이렇지 않았을까?" 상상이 스친다. 코엔 형제의 걸작 <아리조나 유괴사건>(1987)을 연상케 하는 기발한 전개를 하면서 복수의 윤리와 세상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하나의 자전거'로 시작했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아버지와 아들이 도둑맞은 자전거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배회하는 모습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경제 침체에 신음하는 이탈리아 사회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자전거 도둑>(1948)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자전거 도둑>의 화법을 가져와 복수와 정의를 파헤친 셈이다.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의 메가폰은 덴마크 출신의 앤더스 토마스 옌센 감독이 잡았다. 그는 40여 편의 시나리오를 작업한 각본가로 유명하다. 특히 덴마크 출신의 거장 수잔 비에르가 연출한 <브라더스>(2004), <애프터 웨딩>(2006), <인 더 베러 월드>(2010),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2012), <세컨 찬스>(2014)의 각본을 도맡았다. 덴마크 출신 감독 크리스티안 레브링이 남아공을 배경으로 만든 웨스턴 무비 <웨스턴 리벤지>(2014)의 각본도 썼다. 덴마크 출신의 니콜라이 아르셀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다크타워: 희망의 탑>(2017)의 각본에도 참여했다.
앤더스 토마스 옌센 감독은 빼어난 각본가답게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에서 복수 스릴러, 버디 무비, 블랙 코미디, 케이퍼 무비, 가족 드라마 등 다양한 영화 장르를 자유로이 변주한다. 무엇보다 캐릭터 구축이 좋다. 주요 등장인물은 기능적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영화는 저마다 사연과 결함을 가진 인물들을 골고루 조명한다. 진짜 살아있는 영혼을 지닌 인물들을 엿보는 느낌이다.
이용철 영화평론가는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에 "미켈슨의 진짜 파트너는 토마스 옌센이다"란 평가를 주었다. 최근 미드 <한니발> 시리즈,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2016),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 등 할리우드에서 주연급 배우로 활동하는 매즈 미켈슨은 오랜만에 두 편의 양화로 덴마크 영화에 복귀했다. 한 편은 <더 헌트>(2012)를 함께 한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어나더 라운드>(2020)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다른 한 편은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다. 1998년 단편 영화 <볼프강>으로 아카데미 단편영화상을 수상한 앤더스 토마스 옌센 감독은 장편 연출작 <플리커링 라이트>(2000), <정육점의 비밀>(2003), <아담스 애플>(2005), <맨 앤 치킨>(2015), 그리고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까지 매즈 미켈슨과 작업했다. 5편이나 함께 작업한 걸 보면 두 사람이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다룬 장면으로 시작하고 마지막 문도 닫는다. 전체 내용도 마르쿠스가 어떤 사건을 겪으면서 삶의 시각을 바꾼다는 내용이다. <크리스마스 캐롤>의 스쿠루지에 마르쿠스를 대입하면 묘하게 닮았다. 외국에선 종종 <다이 하드>(1988)가 크리스마스 영화인지 여부로 논쟁이 붙곤 하는데 여기에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도 추가해야 하지 싶다. 제39회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