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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후 Jul 31. 2021

영화 리뷰 <더 몬스터>

해체 위기 가족 앞에 나타난 괴생명체의 진실


10살 소녀 리지(엘라 밸런타인 분)는 술을 끊지 못한 채로 자신을 학대하는 엄마 캐시(조 카잔 분)를 돌보는 데 지쳤다. 캐시 역시 홀로 리지를 키우는 것이 버거워 전 남편에게 데려다주기로 결심한다. 폭풍우가 치는 밤 리지를 데려다주기 위해 차를 몰고 전 남편의 집으로 향하던 캐시는 갑작스레 도로에 뛰어든 늑대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다.


911에 신고를 한 후 아무도 없는 숲속 도로에서 고립되어 있던 두 사람 앞에 견인 트럭이 도착한다. 그런데 늑대의 사체가구 사라지고 어둠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가 나타나 견인기사 제시(아론 더글라스 분)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2008년, 9.11 테러로 인해 더 이상 집(국가)이 안전하지 않다고 여기는 미국인의 불안을 건드린 두 편의 영화가 공개됐다. 한 편은 뉴욕이 외계인의 공격을 받는다는 내용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 <클로버 필드>(2008)다. 다른 한 편은 브라이언 버티노 감독이 연출한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2008)이다.


외딴 별장에 머무르는 제임스(스콧 스피드먼 분)와 크리스틴(리브 타일러 분)이 가면을 쓴 세 명의 침입자의 공격을 받는다는 단순한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삼아 1970년대 <할로윈>(1978)을 연상케 하는 슬래셔 무비 조와 실제 벌어진 범죄들의 요소를 결합시킨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은 9백만 달러의 제작비로 8천만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거두는 대히트를 쳤다.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이 남긴 가정 침입의 공포는 이후 <더 퍼지> 시리즈로 이어졌다.



브라이언 버티노 감독의 <더 몬스터>는 그의 전작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과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제한된 공간인 집에서 낯선 자들의 공격을 받는다는 전작의 설정은 <더 몬스터>에서 숲 한가운데 도로에 고립된 자동차 안팎과 정체 모를 괴생명체로 바뀌었다. 장르의 형태를 빌렸을 뿐 본질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건 해체 위기에 놓인 가족의 드라마인 점도 비슷하다.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에서 세 명의 침입자는 어떤 동기를 가지고 제임스와 크리스틴을 공격하지 않았다.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더 몬스터>의 괴생명체는 초자연적 것인지, 외계에서 온 것인지, 실험으로 태어난 것인지, 아니면 과거부터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영화가 뚜렷한 설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괴생명체가 등장하는 목적은 단 하나. 캐시와 리지의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기 위함이다.


<더 몬스터> 속 괴생명체는 '실재하는 존재'이면서 '실재하지 않는 존재'다. 실재하는 존재로서 괴생명체는 크리처물로서 긴장감을 안겨준다. 괴생명체의 머리는 <베놈>(2018)의 '베놈'과 흡사하다. 제작비가 3백만 달러에 불과한 저예산 영화인 상황에서 CGI로 괴생명체 전체를 만들었다간 현실감을 떨어뜨릴 수 있기에 제작진은 스턴트맨이 옷을 뒤집어쓰고 연기하는 '슈트 액터'를 선택했다. 여기에 CGI를 덧붙여 완성도를 높인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 속 괴생명체는 특별히 흠잡을 곳이 없는 수준을 자랑한다.



괴생명체는 캐시와 리지의 심리적 관계를 드러내는 '실재하지 않는 존재'이기도 하다. 괴생명체가 사실인가, 허구인가 여부는 중요치 않다. 핵심은 캐릭터 탐구다.


캐시와 리지는 끊임없이 다툼을 벌인다. 리지는 엄마에게 "내 말 좀 들어줬으면 좋겠어"라고 한다. 하지만, 캐시는 "그런 말 좀 안 했으면 좋겠어"라고 반응한다. 곳곳에 들어간 플래시백은 관객이 둘의 깨진 관계를 한층 절절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정체 모를 괴생명체는 캐시와 리지의 어긋난 관계와 불안한 심리를 형태화한 은유로서 기능한다. <바바둑>(2014)에서 워킹맘 아멜리아(에시 데이비스 분)와 아들 사무엘(노아 와이지만 분) 앞에 나타난 악령 바바둑처럼 말이다. 짙은 어둠, 외딴 숲, 아무도 없는 도로, 거센 폭풍우 등 주변 환경 역시 두 사람의 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두 사람이 괴생명체와 맞서는 건 서로의 관계가 처한 문제점을 마주하는 것과 같다.



괴생명체를 '외부의 괴물'과 '내부의 괴물'로서 동시에 활용한 <더 몬스터>는 흔히 접하는 관습적인 공포 영화가 아니다. <바바둑>, <팔로우>(2014), <굿나잇 마미>(2014), <더 위치>(2015), <유전>(2017), <겟 아웃>(2017)처럼 심리적이거나 사회적인 주제를 은유와 추상의 화법을 사용하여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그리는 새로운 호러 영화들에 속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브라이언 버티노 감독이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 <더 몬스터>에서 탐구한 해체되는 가족의 공포는 다음 작품 <다크 앤드 위키드>(2021)에서도 계속된다. 제49회 시체스영화제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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