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이어스(콜린 우델 분)는 청각장애를 가진 여자친구 아마야(스테파니 노게라스 분)와 수화로 소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더 좋은 성능의 컴퓨터로 개발할 욕심에 카페의 분실물로 보관되던 고가의 노트북을 몰래 가져온다. 그는 유튜버 AJ(코너 델 리오), 컴퓨터에 해박한 데이먼(앤드류 리스), 커플인 나리(베티 가브리엘 분)와 세리나(레베카 리튼하우스 분), 뮤지션 렉스(사비나 윈드아니 분)와 화상채팅을 하면서 노트북의 하드 드라이브를 살펴보다가 숨김폴더에 보관되어 있던 다수의 동영상을 발견한다.
이후 마티이어스는 정체 모를 사람으로부터 훔친 노트북을 돌려달라는 채팅 메시지를 받는다. 그리고 노트북에 들어있던 영상이 폭행, 고문, 살인을 담은 스너프 필름이며 노트북의 주인은 그것을 판매하는 조직 '더 서클'의 일원임을 알게 된다.
<파라노말 액티비티>(2007), <겟 아웃>(2017)으로 유명한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가 만든 <언프렌디드: 친구삭제>(2014)는 채팅창을 사용한 <더 덴>(2013), 웹캠과 CCTV 시점을 활용한 <오픈 윈도우즈>(2014)의 형식을 창조적으로 계승한, 컴퓨터 화면과 화상채팅만으로 진행하는 연출 기법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제작비 1백만 달러를 들여 6천만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벌어들이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몇 년 후엔 <언프렌디드: 친구삭제>의 형식을 업그레이드한 <서치>(2017)가 나오기도 했다. 이제 컴퓨터 화면, 프로그램, CCTV, 스마트폰만으로 구성한 영화는 디지털 시대의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를 잡았다.
<언프렌디드: 다크 웹>은 <언프렌디드: 친구삭제>의 속편이다. 그러나 두 영화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화면 형식만 같을 뿐 배우와 이야기는 완전히 다르다. 이어지는 것이 없다시피 한 탓에 전작을 보지 않아도 무방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다른 건 두려움을 주는 존재다. <언프렌디드: 친구삭제>는 유령이란 존재를 디지털 시대에 녹여 초자연적인 공포를 만들었다. 반면에 특수한 웹브라우저를 사용해 접속자나 서버 추적이 어려워 사이버상의 범죄에 악용되는 '다크 웹'을 소재로 삼은 <언프렌디드: 다크 웹>은 현실의 공포에 주목한다. 연출과 시나리오는 <그루지>(2004), <그루지 2>(2006), <더 리치>(2014) 등의 각본을 쓴 스티븐 수스코가 맡았다.
<언프렌디드: 친구삭제>가 디지털 시대의 유령 호러라면 <언프렌디드: 다크 웹>은 디지털 시대의 살인마 호러를 다룬다. 하키마스크 같은 가면이 아닌, 익명의 탈을 썼을 따름이다. <언프렌디드: 다크 웹>의 조직 '더 서클'은 자신들의 비밀을 아는 마티이어스와 주변 인물들의 SNS와 인터넷 정보를 뒤지고 컴퓨터, 스마트폰을 해킹해 현재 위치를 찾아내어 하나씩 제거한다. 디지털의 외피만 입었을 뿐, 과거 슬래셔 무비(얼굴을 가린 살인마가 영화 속 등장인물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내용의 공포 영화)의 문법에 충실한 모습이다.
<언프렌디드: 다크 웹>은 궁극적으로 묘사하고자 하는 공포는 디지털 시대가 잉태한 위험성이다. 인터넷, SNS,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많은 편리함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기술로 인한 자기 통제권 상실과 범죄의 가능성 역시 높아졌다.
영화에 등장하는 해킹 프로그램으로 다른 사람의 암호를 알아내거나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시도, 내장된 카메라나 CCTV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들 감시하는 행위는 이미 현실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중이다. 현실의 다크 웹에선 마약과 무기를 비롯해 성 착취 영상, 스너프 필름이 거래되는 상황이다. 또한, 영화가 그린 범죄 행위의 조작도 단순히 상상력의 산물이라 치부할 수 없다. 나날이 발전하는 딥페이크 기술을 보면 알 수 있다.
<언프렌디드: 다크 웹>은 전편과 같이 제작비 1백만 달러로 만들어진 저예산 공포 영화다. 5일간 리허설을 한 후 8일 동안 촬영했다는 후문이다. 빠듯한 여건이었지만, 극의 긴장감은 상당하다. 새로운 방향성을 찾고자 한 노력도 높이 산다. 다만,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하거나 행동하는 등 정보량이 많고 화면이 복잡해 피로감이 상당하다. 영화 속에 나오는 프로그램이나 웹사이트를 알거나 활용해야 몰입도가 높다는 점도 전편과 마찬가지로 진입장벽으로 남는다.
<언프렌디드: 다크 웹>의 가장 큰 한계는 시간을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금은 영화가 공개되었던 2018년으로부터 몇 년밖에 안 지난 까닭에 영화 속 상황이 현실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러나 10년 또는 20년 후엔 어떨까? 아마도 영화 속에 나온 웹사이트, 앱, 프로그램,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환경은 남아있질 않거나 상당히 바뀔 것이다. 디지털의 이기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때 본다면 분명 촌스럽게 느껴질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던진 질문은 퇴색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계속 던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