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표

(정신병원 폐쇄병동 이야기)

by 박재현


갈리지 않는 돌은 숫돌이 되어

못이라 칭해지던 녹슨 것들을 빛내고자 했다


찰랑찰랑 넘치는 슬픔으로 일상을 살아

따뜻한 말 한마디로 일으키려 했다


불빛으로 넘나들며 밤을 새웠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의 한쪽 목발이 되어

울부짖는 통곡의 방에 연민으로 뉘어 살피었다


그림책의 검은 눈동자를 원망하던 아이에게

넘어오는 파도를 갈라 앞으로 나아가라 소망했다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철책선을 지키던 소년의 노래는 옛날 노래가 되고


발톱을 깎아주려 가위 잡은 손에 힘이 빠지는 노년의 휴일에도


아마도 그랬었을 검은 돌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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