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새기는 시
(정신병원 폐쇄병동 이야기)
명예롭지 않아도 시를 쓸 수 있다
무시받고 수치스러운 현실에도 또다시 시는 쓸 수 있다
낫지 않은 환자를 보내고
낫기 어려운 환자를 받을 때도
어렵고 복잡한 일이 아닌
그저 침대를 정리하고 시트를 새로 까는 일이라도
버리지 않는 희망과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혼자 읽어도 따뜻해지는
좋은 시를 쓰고 싶다
잘 깎았던 머리가 자라면서 제각각 삐뚤하게 자라듯이
다듬었던 마음이 반복되는 일상에 모가 나기 시작하면
머리와 다르게 돋아난 마음은 바로잡기 쉽지 않다
거친 손끝으로
생각 없는 말투로
미소 없는 표정으로
아프게 하루를 사는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성찰의 거울을 항상 마주 한다
시는 꼭 글이 아니라 몸으로도 쓸 수 있다
보이지 않더라도
어진 마음에 새겨가는 예쁜 모양의 시를
실망을 넘어선 자랑스러움으로 지켜가며 미소 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