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을엔 낙엽이 지지 않는다고 했다
다음 해 봄이 오지 않는다는 말에
가득 차게 바래질 나무가 무서웠다
온기 있는 색깔의 매끄러운 나무 손잡이는
그 안에 차가운 스테인리스 금속을 넣고
비틀거리며 오가는 사람들을 속이고 있었다
하루에 수천 명이 다니는 일층 복도에
가끔 목소리를 삼키고 울먹이는 어른
맨들 거리는 대머리로 뽈대를 미는 어린아이
작은 가시의 통증도 함께할 수 없는 가족
그리고 떠다니는 그들
지는 낙엽을 보며 겨울을 보낸 사람들은
작은 구슬 같이 남은 삶의 실타래를 풀며
뜨거움을 식혀 줄 장맛비를 욕심내고 있었다
힘에 겨워 수평을 넘지 못하던
병동 한쪽 귀퉁이의 시계 초침에게
건전지를 갈아 내일을 넘길 힘을 주었지만
녹이 슬어가는 핏방울을 품은 이들은
낙엽이 지지 않는 가을에 절망할 뿐이었다
가라앉는 마음에는 아랑곳없이
울긋불긋 터져 힘을 잃은 혈관을 타고
어디에서든 무심하게도 초침에 맞춰
철가루 바스러지는 핏방울들은
쉼 없이 통통 춤을 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