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공장 거중기

(요양병원 간호조무사 실습생)

by 박재현

짧지 않은 내 인생에


이렇게 많은 여자들이 진심을 다해 매달려 왔던 적이 있었나


가볍지 않은 몸으로 내 목에 팔을 감고


용을 쓰고 힘을 써서 매달려 올라온다


목욕을 하려고 밑에를 수건으로만 가린 어느 이는


매달려 힘을 쓰다가 검은 똥을 쌌다


못 본 척 외면했지만


철분제 훼로바에 까만 똥이 신기해서 몰래 바라보았다


내게 고마운 중국여자는 할머니들 과일을 깎아 나를 먹이고


내게 미안한 할머니들은 복 받으라고 덕담을 하신다


이쯤이면 실습생인지


인간 거중기인지


남자 장미란인지 헷갈리는 와중에


아뿔싸 어쩌다 보니 허리가 아파온다


어차피 안 쓰는 허리 아쉽지는 않다만


오전 내내 목욕 순번을 기다리던 할머니들 생각에


파스 두장을 얻어 붙이고 괜찮다고 침대옆에 선다


나는 가오가 허리통증을 무시해 버리는


반건조 출신의 간조 실습생


삼양동 별공장의 인간 거중기






- 용어 정리 -

* 반건조 : 반 간호조무사, 반 건달인 정신건강보호사 (흔히 보호사라 불리지만 요양보호사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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