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막 떠난 자리
(요양병원 간호조무사 실습생)
코를 손처럼 쓰는 코끼리도 코로 밥을 먹지는 못하는데
별공장 남자 병실 어구래님은 콧줄로 식사를 한다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유일하게 관급식인데
잠시만 그냥 두어도 콧줄을 뽑아버리는 바람에 늘 양손이 침대 난간에 묶여있었다
말씀은 거의 없으셨고 ''저기'' 나 ''여기'' 그 정도가 하는 말씀의 대부분이셨으나 간호사들이 가끔 IV 라인을 잡을 때 세 번 정도 못 찾고 계속 찔러대면 ''XX 년아'' 이러면서 욕을 할 때도 있었다
팔이 양쪽으로 묶여있어서 몸은 늘 반듯하게 천장을 보고 누워있었고 옆을 보는 경우는 혈압을 재러 가서 머리를 매만져드리면 그제서야 눈동자만 겨우 내가 서있는 쪽으로 움직이는 게 유일했다
어느 날 어구래 할아버지 옆자리로 오십 대 중반 정도 되는 남자가 왔는데 수선생님은 그 환자는 일주일을 넘기지 못할 사람이라고 했다
다른 반찬은 아무것도 먹히지 않는다고 하며 오직 간장만 놓고 밥을 먹던 그분은 채 삼일을 넘기지 못하고 미처 아래층 중환자 병동에 내릴 시간도 없이 서둘러 별이 되었다
액팅 담당 조간이 혼자 정리하기 그랬는지 나에게 같이 정리하자고 했고, 찜찜했지만 반건조는 실습생 스승 격인 조간을 따라나섰다
오전부터 상태가 안 좋아서 혹시 몰라 쳐놓은 스크린벽 안에서 그분은 샛노란 몸뚱이를 남기고 별이 되어있었다
옆자리 어구래님께 보이지 않게 조심스레 고인의 몸에 붙어있던 모니터 선들을 떼고 분주하게 주변을 정리했다
잠시 후 망인은 수습 정리를 하는 분들에 의해 실려 나갔다
혼자 스크린을 접고 빈 침대를 쓸고 닦는데 어구래님이 나를 부르는 듯했다
''저기''
''네?''
''저기''
''네 어구래님 말씀하세요''
''...''
어구래님이 눈동자로 비어있는 옆침대를 가리킨다
차마 돌아가셨다는 말을 하기 뭐해서 거짓말을 한다
''아 옆에 분은 검사 가셨어요. 검사''
이건 불가피한 거짓말이다라고 생각했다
''그거 아니고 저기''
''네 어구래님''
어구래님이 옆 침대를 닦는 나를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거기 여자가 앉아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