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선택

(요양병원 간호조무사 실습생)

by 박재현


한쪽 손을 맞은편 침대 난간에 묶으면

몸은 자연히 한쪽 옆으로 누운 채 고정이 된다


페니라민 주사를 맞고도 가려움을 참지 못해

약한 등 쪽 피부를 갈퀴자국으로 상처를 내던 할머니는

결국 한 시간씩 양쪽 난간을 오가며 손이 묶였다


굉장히 순한 분이셨는데 점심쯤 지나 혈압을 재러 갔을 때 등을 훤히 드러내고는 한쪽 옆으로 누워 울고 계셨다


묶여 계시기가 힘들어서 우시냐고 물었는데

대답은 손녀가 보고 싶어 우신다고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아들 며느리가 모두 사고로 죽고

유일한 혈육인 손녀는 면회를 오지 않았다


이십대 초반인 손녀는 패스트푸드점 직원으로 생계를 이어간다고 했는데 일이 바쁜지 통 할머니를 보러 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 옆자리에 계신 하반신 마비의 어르신이 오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원래 작은 가정의학과 의원을 다니던 할머니는 자신에게 너무 살갑게 하는 그 의원의 의사에게 당신 평생의 돌봄을 약속받고 자신의 집터를 주기로 했다고 한다


땅 위에 지금의 별공장이 세워졌고 의원의 원장은 오층짜리 별공장의 사장님이 되었다


할머니에게는 따로 병원비를 받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딱히 눈에 띄게 뭔가를 더 해드리는 건 없었다


사장님이 회진을 돌 때도 고작 인사 한 번을 건네고 지나치는 게 전부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또 등을 훤하게 드러낸 채 한쪽 옆으로 묶여있는 할머니를 보며

할머니가 그리워하는 손녀 생각이 났다


어떤 선택을 했더라면 기댈 자식이 없는 할머니와 기댈 부모가 없는 손녀가 좀 더 나을 수 있었을런지


회진을 돌며 인자하게 웃는 별공장 사장님을 볼 때면


한동안 그것이 많이 답답하고 궁금했다






* 항히스타민제집단생활을 하는 요양병원에서 가려움증을 호소할 때 주로 사용한다

* 이 글은 확인되지 않은 한 사람의 증언에 기반한 이야기로 실제 사실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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