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키즈카페 - 프랑스산 고급 생수

by 글도둑

우리 매장에는 멀끔하게 생긴 정수기가 하나 있다. 옆에 종이컵도 있다. 그런데 어린이 음료수와 함께 프랑스산 고급 생수도 판다. 그리고 생각보다 '잘' 팔린다. 생수 하나에 2,000원이다. 바로 옆에 무료로 제공되는 물이 있는데도 생수는 잘 팔린다.


카페에서 이 생수를 팔 때가 가장 마음에 걸린다. '옆에 정수기 물 있는데요?'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오르지만, 나는 고급 생수를 팔 수밖에 없다. 왜 물을 비싼 돈을 주고 사 마시는 걸까. 차라리 그 돈으로 어린이 음료를 사먹이면 더 좋을 텐데.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프랑스산 고급 생수는 스토리가 담겨있다고 한다. '귀족의 물'이라는 스토리 텔링으로 이 물을 파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물이 아니라 에XX이다."


때로는 비싼 값에 이유가 없을 수 도 있다. 대신 약간의 감성팔이가 있을 뿐이다.


키즈 카페에서도 이 고급스러운 물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우월감을 주는 걸까, 아니면 말 그대로 물의 맛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걸까. 아니면 소중한 우리 아이에게는 고급스러운 물이 필요한 걸까. 그런 건 잘 모르지만 내가 양심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정수기 물을 두고 비싼 고급 생수를 팔았을 때는 양심이 찔린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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